[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3년 전 물려서 한참 고생했던 그 때로 돌아왔네요. (성급한 저점 매수 등)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온라인 주식거래앱 커뮤니티)
“삼성전자 주가 10만원은 욕심일 뿐이었나. 또 고점에 물렸는데, 이번엔 얼마나 갈지 걱정됩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
국내 시총 1·2위 자리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9일 장 초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하게 후퇴한 탓에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고, 고(高)금리엔 민감한 미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게 악재로 작용하면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54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1%(2000원) 하락한 7만7600원에 거래 중이다. 전일 종가(7만9600원) 대비 1.63% 하락한 7만8300원에 장을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최저 7만73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3.78%(6900원) 떨어진 17만54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종가(18만2300원)보다 2.80% 떨어진 17만7200원에 개장한 SK하이닉스 주가는 낙폭을 키우며 17만3600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이날 국내 양대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증시 내 주요 반도체주의 하락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18일(현지시간)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6% 하락한 4491.71을 기록했다.
해당 지수를 구성하는 총 30개 종목 중 엔비디아(+0.76%), AMD(+1.06%)를 제외한 28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4.86% 하락했다. 마이크론 주가도 미국 정부의 61억달러 규모 보조금 지원 소식에도 3.78% 내려 앉았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엔 대만 TSMC와 손잡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개발해 2026년 양산 예정이란 호재가 있었지만 주가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갈 수록 약화되면서 미 국채가 급등하는 것도 반도체주엔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8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637%를 기록했다. 연초(1월 2일) 기록했던 3.944%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엔 장중 4.698%까지 뛰어오르며 연고점을 기록,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찍기도 했다.
같은 날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미 증시 마감 무렵 4.99%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6bp(1bp=0.01%포인트) 오르며 5%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州)에서 열린 공개 연설에서 “우리는 올해 연말 무렵까지(until toward the end of the year)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같은 날 콘퍼런스 행사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자신의 기본 전망이 아니라면서도 “만약 경제지표가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확실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주를 비롯한 기술·성장주의 경우 고금리가 이어질 경우 투심이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세에도 낙관적인 주가 전망을 내놓는 증권가를 향한 볼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삼성전자 목표주가) 9만, 10만 할 때부터 이상했다”, “9만전자, 10만전자 외칠 때 알아봤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각각 10만2560원, 21만1000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