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에서 민간임대주택 ‘투자 주의보’
‘10년 임대 후 분양’ 홍보…계약금 납부 유도
실제로는 주택 사업계획 승인조차 받지 않아
[영상=이건욱 PD]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소자본으로 10년 간 전세 임대! 임대 기간 만료 후에는 분양 전환해 시세 차익까지”
작년 말부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일대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A 민간임대주택의 홍보 문구다. 59A(24평) 평형 기준 계약금 5700만원만 내면 10년 임대 후 최초 분양가로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며 회원 모집을 하고 있다. 사업부지 확보 후 설계 및 사업계획 수립, 시공사 확정 등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최근 경기 화성시·광주시·오산시·용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가입·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소액의 출자금만 마련하면 신축 아파트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장만할 수 있다’는 식의 허위·과장 광고로 회원을 모집하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어서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용인시는 ‘민간임대아파트 사업 관련 피해예방 안내문’을 공고로 올렸다. 민간임대주택 건설사업 4곳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사업계획 승인 신청이나 임차인 모집 신고조차 접수되지 않았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A 민간임대주택은 용적률 229%를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구단위계획 용적률은 200% 이하이며, 지구단위계획 변경 제안도 결정된 바 없다. 시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은) 토지 매입 실패 등 여러 사유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돼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행정기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30가구 이상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조합원에게 우선 공급하는 사업이다. 조합원들은 계약을 맺고 임대주택에 입주한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며 살고 있던 주택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임대 후 분양’이라는 순서만 다를 뿐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지역주택조합과 유사한 구조다.
정식 절차대로라면 추진 위원회를 꾸려 발기인 5명 이상을 모집해야 한다. 부지 80% 이상의 사용 동의서를 확보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 모집 신고를 한 후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은 발기인 모집 단계에서 정보공개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허위·과장 광고로 피해자들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조합이 결성된 후에도 운영 과정에서 횡령·사기 등의 분쟁이 수시로 벌어진다. 공사 중단·추가 분담금 발생 등 사업이 장기화돼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시 관계자는 “한번 가입하면 탈퇴가 쉽지 않고 해약 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가입 계약서 및 규약 등 가입자에게 불리한 사항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