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식품 업계 물가안정 동참 요청
제분업체, 밀가루 소비자가 인하 고려
신선식품, 물가 인상 주요 요인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정부가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제분업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제분업체는 밀가루 소비자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다만 밀가루 가격 인하는 기업간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분업체 현장을 찾아 가격 인하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다. 정부가 13일 개최한 식품 업계와의 간담회에는 3대 제분업체(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분)도 참여했다.
정부는 식품 업계에 물가 안정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곡물 등 국제 식량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식품 가격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가공식품 등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품목에 대한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제분 업계를 잇따라 방문해 가격 인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제분 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소비자 물가 부담을 낮추려고 하고 있어 최대한 부응하려고 하고 있다”며 “밀가루 소비자가 인하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이나 폭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분 업체는 밀가루 소비자가 가격 인하만 고려하고 있어 기업 간 밀가루 거래 가격은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제빵, 제과, 라면업체 등의 가격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제분업체가 추후 기업 간 거래되는 밀가루 가격을 인하해도 가공식품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품목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원재룟값이 일부 내린다고 해도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인건비, 포장비, 운송비 등은 그대로라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제분사에서 미리 몇 달치 물량을 사와서 쓰기 때문에 밀가루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실제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식량 가격은 7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3으로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지난해 7월 124.6에서 지난달까지 매달 하락 중이다.
곡물 가격지수는 113.8로 전월 대비 5.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170.1)과 비교하면 33.1%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선물 시장의 밀의 1부셸(27.2㎏)당 가격은 2월 평균 5.84달러로, 지난 2022년 5월 11.46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신선식품에 집중돼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 전년 동월 대비 3.1% 각각 상승했다. 같은 달 73개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8.94로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9% 각각 소폭 올랐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9% 올랐고, 그중 채소류가 12.2%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