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갑진사화…데스노트 작성해 집행”
민주당 의원 대거 합류시 ‘진짜 민주당’ 정체성 확보
“김대중·노무현 정신 지켜야”…낮은 지지율이 숙제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문제로 탈당, 또는 이탈이 예상되는 비명계 의원들에게 ‘진짜 민주당’을 표방하는 새로운미래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지 주목된다. 각개 전투가 집단행동으로 표출되는 순간이 제3지대에서 새로운미래의 인지도에 영향을 끼칠 중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새로운미래는 비명계 의원들과 전방위로 접촉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23일 책임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공천 학살이 전입가경이다. 역사는 갑진사화(士禍)로 기록할 것”이라며 “불체포특권 약속을 지키자는 김영주 부의장, 자신과 당대표 경선한 박용진 의원, 사석에서 쓴소리 한 박영순 의원, 의원총회에서 바른소리 한 양기대 의원 등 꼼꼼하게 데스노트를 작성해 집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공천 파동을 조선 전기 정치적 반대파에 몰려 화를 입은 ‘사화’에 비유한 것이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은 노웅래(서울 마포갑)·이수진(서울 동작을)·김민철(경기 의정부을), 양기대(경기 광명을), 비례대표 양이원영 의원 등이다.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의원은 김영주 국회부의장·박용진·윤영찬·송갑석·박영순·김한정 의원 등 6명이다. 김영주 부의장과 이수진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고, 노웅래 의원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이들 의원은 공천 파동에 ‘각개 전투’로 반발하고 있지만 ‘탈당 러시’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비명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집단행동으로 결집할지 여부는 내주 초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미래는 비명계 의원들의 행동이 “판 크게 움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합 개혁신당과 결별하면서 현재 새로운미래에 현역 의원은 김종민 공동대표 1명으로, 현역 의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투표용지 앞번호와 선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진짜 민주당’을 내세우며 ‘이재명의 민주당’과 차별화를 내세운 만큼, 민주당을 이탈한 의원들이 새로운미래로 대거 합류한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당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초 진보 성향의 선거 민심은 ‘민주당 승리, 이재명 지키기’가 굉장히 강했는데 최근 공천이 사천 논란으로 진행되면서 하위 20% 의원들에게 새로운미래가 충분히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대거 새로운미래에 입당하게 되면 사실상 분당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선택이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4선의 김 부의장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 부의장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부의장을 직접 만나 탈당을 만류하고 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전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하위 20%에 포함됐지만 경선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의원과도 접촉하고 있다며 “어떤 분은 합류 가능성을 강하게 말씀하신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지금 상태에서는 이대로 가는 길밖에 없나 싶은데 큰 흐름이 형성된다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거나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경선에 참여했다가 떨어지면 당적을 바꿔도 동일한 지역구에 출마할 수 없다.
새로운미래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며 ‘민주당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이 공동대표와 노무현 정부의 참모인 조 공관위원장 영입으로 상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김 공동대표는 “껍데기만 민주당이지 실상은 이재명 사당”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민주당의 역사와 가치,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개혁신당과 합당이 11일 만에 결별로 귀결되며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새로운미래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 제3지대 주도권 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미래가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한다면 민주당 이탈 의원들의 고민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처럼 이낙연 공동대표가 이재명 대표에게 더욱 날을 세워야 존재감과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공동대표는 전날 민주당 공천 파동의 원인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욕”이라고 꼽으며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이 압승하고 민주당이 참패할 것 같은데 그 참패의 원인이 자멸이라는 것은 너무 비참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