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단기 캐즘으로 움찔하면 투자 놓친 것 후회할 것”

포스코퓨처엠 이달 광양 NCA 공장 착공·유럽 생산기지 고민

김동명 협회장 “압도적 경쟁우위 확보·내실 다지는 기회”

‘전기차 한파’라는 데 배터리 CEO들 “움찔하면 후회한다”고 강조한 이유 [세모금]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캐즘 혹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만이 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1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총회’는 K-배터리의 장기 성장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협회장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국내 소재 기업들의 CEO가 대거 참석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는 “힘든 게 10년 가는 거라면 기존 투자 계획을 취소하겠지만, 단기 캐즘(Chasm)이라면 할 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즘은 첨단 기술 제품이 얼리어답터가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대중화로 넘어가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 “위기지만 투자는 계속돼야…자사주 매입해 책임경영”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엘앤에프 제공]

엘앤에프는 양극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국내 대표 소재 기업이다. 최근 대구 달성군 구지에 구지3공장을 완공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계획대로 투자하고 시운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시운전하고, 승인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슬슬 가동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구지 3공장 완공으로 양극재 20만t(톤) 생산체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음극재 시장 진출 계획도 내놨다. 엘앤에프는 일본 화학회사인 미쓰비시케미컬그룹과 전기차용 음극재 생산을 준비 중이다. 음극재는 중국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엘앤에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비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 개척에 나설 때라고 보고 있다.

최 대표는 “당초 밝혔던 날짜에는 변함이 없고, 계속 논의 중에 있다”며 “되면 무조건 되는 것이고 아예 안되면 안되는 것이지 연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계획으로는 무조건 돼야만 하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단기 캐즘에서 움찔하면 나중에 성장할 때 투자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캐즘이 얼마나 갈지가 중요하겠지만, 성장 산업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한파’라는 데 배터리 CEO들 “움찔하면 후회한다”고 강조한 이유 [세모금]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 [포스코퓨처엠 제공]

양·음극재 사업을 모두 전개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 역시 투자에 고삐를 죄고 있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이달 중 전남 광양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공장을 착공한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7월 광양 율촌 제1산업단지에 연산 5만2500t 규모로 하이니켈 NCA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항에도 3만t 규모의 NCA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이미 확보된 물량이고, 계약을 베이스로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물량 확보를 위해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두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은 삼성SDI로 납품된다.

김 사장은 꾸준한 생산 설비 확충 외 해외 기지 건설, 신규 소재 개발 등에서도 다양한 고민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구축 중인 한국과 북미 기지 외에도 유럽 진출을 고려 중이다. 김 사장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현재 유럽 생산기지 진출 지역 중 제일 유력한 곳은 폴란드”라고 귀띔했다. 흑연 국산화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한파’라는 데 배터리 CEO들 “움찔하면 후회한다”고 강조한 이유 [세모금]
김동명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회장(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제공]

김 협회장 역시 “잠시 여러 경제적 변수로 업황이 어렵지만, 메가 트렌드는 여전하다”며 “그동안 성장을 많이 해 왔는데, 숨을 고르고 내실을 다져 이륙할 때 확 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투자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되, 연구개발(R&D)은 열심히 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 쪽에 특별히 더 신경 쓰려고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K-배터리는 1000조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했고, 이차전지·양극재 수출이 7대 주력수출산업으로 성장하는 등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불확실한 대외여건을 냉철히 분석해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내실을 단단히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전기차 한파’라는 데 배터리 CEO들 “움찔하면 후회한다”고 강조한 이유 [세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