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협의·통합공관위 건너뛰고 합당 발표
15일 경상보조금 지급 전, 의원 확보 분주
다음달 25일, 500억원 규모의 선거보조금
[헤럴드경제=이승환·양근혁 기자] 제3지대 합당이 예상보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선 공통공약 협의, 통합공천관리위원회(통합공관위) 구성 등 합당을 위한 사전 논의를 사실상 뒤로 미루고 곧바로 빅텐트를 치는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제3지대 합당을 통해 ‘밥상 여론’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합의였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자금력 확보를 위한 ‘설익은 봉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10 총선을 앞두고 두 번에 걸쳐 지급될 국고보조금이 제3지대 결집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설 연휴 직전까지만해도 신당 간 통합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다. 특히 제3지대 빅텐트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돼온 정체성 확립과 화학적 결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제3지대 신당 간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구축한 협의체 ‘비전대화’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주축 미래대연합이 ‘개혁미래당’을 공동 창당하는 과정에서 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이탈하면서 빅텐트 구축이 더욱 난망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민주당을 이탈한 세력 간에도 분열이 일어나는데, 이준석 대표를 주축으로 한 보수세력과의 통합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합당할 신당의 당명을 둘러싼 기싸움도 팽팽했다.
원칙과상식(이원욱·조응천)이 제시한 통합공관위 구성을 둔 협상도 난항을 거듭했다. 결국 각 세력은 무관심과 이견에 공회전을 거듭한 정책 협의와 통합공관위 구성은 향후 과제로 남겨두고 물리적 결합을 우선적으로 시도하는 차원에서 회동을 이어갔다.
합당이라는 답안지를 미리 마련해 놓고 진행된 협의 과정도 진통이 거듭됐다. 지난 7일과 8일 ‘제3지대 제정당 원탁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당명과 지도체제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8일 오후 6시까지 협상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불발됐다. 이들은 다음날인 9일 오전 8시 30분께에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늘도 논의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긴박하게 반복된 회의 끝에 제3지대는 9일 오후 전격적으로 합당을 발표했다. 합당 합의문에 따르면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하고,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정했다. 지도부 명칭은 최고위원회로 하고 최고위원은 4개 세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총선을 지휘할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맡기로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합당 발표 당일 오전까지도 원탁회의를 열었으나 의견이 엇갈렸던 제3지대가 설 연휴 첫날을 넘기지 않고 합당을 합의한 데는 ‘정치자금 확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적 요건을 갖춘 정당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선관위는 매년 분기별로 정당들에게 ‘경상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역 의원 5명을 보유하거나 직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2% 이상 지지율을 득표한 정당이면 전체 보조금의 5%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설 연휴 돌입과 함께 합당한 개혁신당은 현재 현역의원이 4명이다. 오는 15일 전에 개혁신당이 현역 의원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약 6억 원 안팎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현재 4명으로 유지될 경우 보조금은 수천만 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상보조금보다 규모가 큰 선거보조금도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25일에 배분되는 선거보조금은 500억원 규모다. 지급 받는 정당의 법적 요건은 경상보조금과 같다. 총선 후보자 등록 시한인 3월 22일을 기준으로 현역 5명 이상을 보유해야 20억 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현재 현역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역의원 5명이 있으면 보조금 규모가 달라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