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로교통안전국 2022년 기준
미국 학생의 53%가 통학버스 대신 부모님의 차량 이용
코로나19 영향 탓…버스 기사 줄어들어
통학 버스 이용률 줄면서 출석률도 감소
“출석률 감소로 학생들 교육에도 문제 우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에서 학생들의 등하교를 책임지던 통학버스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생들이 학부모의 차량이나 자차를 이용해 학교를 가는 흐름이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졌다는 배경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도로교통안전국이 자국 내 8000가구(1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인용, 지난 2022년 미국 학생의 53%가 통학버스 대신 부모님의 차량을 타거나 직접 운전해서 등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학생들의 주요 등하교 수단인 통학버스 이용률이 점차 줄어드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WP는 분석했다.
비영리 단체 세이프 루트 파트너십의 데이브 코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적으로 변화를 가속화했다”며 “학교가 갖고 있던 구조적 문제가 더욱 증폭됐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부터 버스 기사 인력난이 발생한 것도 통학버스 이용률이 줄어든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WP는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진 위험 등 이유로 통학버스 운전기사들이 줄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학교들은 운전기사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버스 운행 감축하거나 운영시간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선 통학버스 운전사가 부족해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거나 학생이 집에 늦게 도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WP 전했다.
지난해 메릴랜드주 하워드 카운티에선 개학 첫날인 지난해 8월 통학버스가 1시간 늦게 도착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았고, 통학버스 노선 20개를 1주일간 운영하지 못했다.
심지어 몇몇 학교에선 금전적 지원을 조건으로 부모들이 직접 운전해 자녀를 등교시키도록. 필라델피아주는 지난 2020년부터 이 같은 조건으로 학부모 가구당 연간 3000달러를 지불하고있으며 1만60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학버스 이용률은 학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졸자 부모를 둔 학생들이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비율은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55%에서 2022년 62%까지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고졸자 부모를 둔 학생들의 개인 차량 이용률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통학버스 사용률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버스 운전자 감소로 통학버스 이용률이 감소하는 현상은 학생들의 출석률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학생들의 교육 수준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 맥코트 공공정책대학원의 독립 싱크탱크인 퓨처에드에서 공립학교의 만성결근 관련 자료를 연구한 리즈 코언은 “언제나 학교 출석률이 저조한 학생 인구는 존재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턴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지타운 대학교 맥코트 공공정책대학원의 싱크탱크 퓨처에드(FutureEd)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이듬해인 2023년까지 1년 동안 모든 학년의 결근율은 10%를 넘겼다. 이에 대해 퓨처에드는 학생들의 출석율이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멀었다고 평가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재직 중인 경제학자 마이클 고트프리트는 일부 지역에서 통학버스 지원을 줄이는 것이 학생들의 출석률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버스가 학생들에게 생명줄이라고 믿는다”며 “학생들의 출석률을 걱정한다면, 통학버스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언은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만큼 배움의 양도 줄어들기에 시험 성적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비단 학교 성적을 넘어 (학생들의) 먼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