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내 말년이 이럴 줄이야”
국내 바이오벤처 붐을 이끈 신화적인 인물로 평가 받았다. 회사는 기술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에 상장됐고 국내 바이오벤처 중 처음으로 신약 개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년째 유상증자만을 거듭하다 지난해 투자사에 회사를 내주더니 결국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바이오산업 1세대를 대표하는 조중명 CG인바이츠(전 크리스탈지노믹스) 회장의 충격적인 결말이다.
조 회장은 1948년생으로 한국 바이오의 사관학교라 불리는 LG생명과학 출신이다. 이곳에서 연구소장을 역임한 조 회장은 세계적인 신약 개발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2000년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창업했다.
회사는 2006년 기술평가제도를 통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1호 바이오벤처로 주목을 받았다. 2015년에는 바이오벤처 중 처음으로 신약 ‘아셀렉스’ 개발에 성공하며 바이오벤처 중 가장 앞서 나갔다.
하지만 아셀렉스는 몇 차례 기술 수출 계약을 이끌어냈지만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CG인바이츠 관계자는 “아셀렉스 이후 혈액암 치료제 룩셉티닙(CG-806),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닐로파비신(CG-549), 아셀렉스 복합제 등 다양한 임상 과제를 진행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목표했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회사는 지난 10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외부 자금 조달에만 매진했다. 지난 10년간 회사가 진행한 유상증자는 10여건, 이렇게 모은 돈만 2275억원이다.
실적도 좋지 못하다. 최근 7년간 실적을 보면 201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100억원을 넘긴건 2018년 뿐이다.
회사는 결국 지난해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사명도 CG인바이츠로 변경됐다. 이후 조 회장은 단독대표에서 물러난 뒤 사내이사로만 활동했다. 그리고 이번에 결국 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자신이 창업해 24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조 회장의 CG인바이츠 보유 지분은 특별 관계자까지 포함해 7.05%다. 남은 지분도 곧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CG인바이츠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지난 2018년 2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현재 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조 회장의 이같은 퇴진은 같은 1세대 바이오벤처인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와 대비된다. 김 대표는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주목받는 ADC(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 기술로 대박을 터트렸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중 최대인 2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레고켐바이오가 지금까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13건, 총 계약 규모는 8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어 지난 달에는 오리온그룹이 6000억원을 투입해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LG화학 출신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벤처 1세대였지만 행보는 달랐다”며 “결국 신약개발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갔지만 한 쪽은 성공, 한 쪽은 실패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