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공시지가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인근 건물
감정가 3.3㎡당 10억171만원
1회 유찰…내달 다시 경매 진행
공유물분할소송 아닌 채권자는 금융기관
“경기 부진 골 깊어…IMF 이후 명동 메인 건물 경매시장에서 못 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3.3㎡당 감정가만 10억원이 넘는 역대 최고 평당가의 명동 꼬마빌딩이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매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명동 메인 상권에 위치한 충무로1가 4층 건물이 경매에 나왔고 해당 매물은 땅 값어치로만 봤을 때 역대 가장 비싼 감정가다. 대지 3.3㎡당 10억171만원6088원, 총 318억1220만원에 이른다. 역대 전체 감정가 최고 물건은 인천 연수구 옥련동·동춘동의 옛 대우자동차 부지 등 25개 필지 92만6952㎡로, 2014년 당시 감정가 1조481억원에 경매에 나왔다.
지난달 11일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고, 내달 중앙지법 경매7계에 20% 내린 254억4976만원에 다시 입찰에 부쳐진다.
명동 건물은 지난 1967년 105㎡의 부지에 연면적 289㎡로 지어졌다. 지상 4층 규모에 일반상점, 성형외과, 부동산 등으로 전 층 임대차가 마쳐진 상황이다. 보증금 10억1000만원에 월세 7080만원이다.
해당 건물의 등기에 따르면 빌딩은 당초 김모씨가 소유하던 것으로 김씨가 2022년 사망하며 장모씨 등 4명에 공동명의로 상속됐다. 과거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던 신한은행이 채권자다. 채권총액만 49억4200만원에 청구액은 6억228만원으로 건물 가치에 비해서는 소액이다.
건물 약100미터 거리에는 2004년부터 21년째 국내 최고 공시지가의 명성을 이어온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도 있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024년 3.3㎡당 5억7882만원이다.
최근 들어 경매시장 올라오는 고액물건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불황에 고금리 여파까지 고액 자산가들도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월~12월)50억 이상 매물이 경매시장에 나온 건수는 548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354건) 보다 54.8%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11월은 각각 109건, 114건을 기록하며 전년도 같은달 각각 55건, 72건보다 많게는 두배 수준으로 늘어 났다.
전문가들은 해당 건물의 채권자가 금융기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강남, 명동 등 메인 상권의 알짜건물들은 상속인들간의 공유물분할을 위한 형식적 경매는 많았으나 은행빚을 못 갚아 실질적 경매에 나오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는 것이다. 즉 경기불황과 고금리 여파가 맞물리면서 고액 상업용 부동산마저 시장에서 소화를 못하고 경매에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소장은 “IMF 이후 명동 메인거리 건물이 경매에 나온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경기 부진의 골이 깊어 보인다. 현재와 같은 불황이 이어진다면 질적으로도 초우량 빌딩들이 경매시장에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