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구가 녹고 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지난 30~50년 사이 수조t씩 사라졌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고, 녹은 빙하는 다시 기후변화를 부추긴다. 빙하가 줄어들면 햇빛을 반사하는 면적이 줄어들어 기온이 더 빠르게 올라간다. 녹은 빙하물이 바닷물의 염도와 온도에 영향을 미쳐 해류의 흐름도 바꿔 놓는다.
빙하를 지키기 위해 지구 기온을 낮추자니 시간이 부족하다. 이에 당장 빙하부터 구하려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녹은 빙하를 인력으로 다시 얼리겠다는 발상이다.
영국의 스타트업 ‘리얼아이스’는 캐나다 극지지식청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기후복구센터와 공동으로 지난 15일부터 캐나다 북부 캐임브리지 베이에서 바닷물을 얼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실험은 빙하의 한 가운데 구멍을 내고, 바닷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빙하 위로 얼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하 40도 안팎에 강풍이 부는 날씨인 터라 실험 약 열흘 만에 퍼올린 바닷물은 넓이 600㎡에 130cm 두께로 얼어붙었다.
이렇게 겨울철에 얼린 바닷물 위로 눈을 덮으면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여름철에 얼음이 녹지 않는다고 한다. 리얼아이스는 향후 3년 간 캐나다 북부에서 한반도 면적의 5배 크기로 빙하를 얼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바닷물을 퍼올리면서까지 빙하를 두텁게 하려는 건, 그만큼 빙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서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등의 연구팀은 1985년부터 2022년까지 매달 그린란드 빙하 종점위치를 담은 위성사진 24만 장을 분석한 결과 총 6조t의 빙하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여년 간 매 시간마다 3000만t의 빙하가 녹은 셈이다.
남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남극 대륙의 빙하도 지난 30년 새 2조7000억t이 녹아 없어졌다. 2000년 이후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는 이전보다 2~3배 빨라지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당장 해수면의 높이가 올라간다. 북극의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아 없어진다면 지구의 해수면이 최대 65m 올라간다.
바닷물이 희석된다는 점도 문제다. 빙하가 녹아 생긴 차가운 담수는 기존의 해류의 흐름을 바꾼다. 통상 적도 부근의 따뜻하고 염도가 높은 바닷물은 남극과 북극으로 흐른다. 극지방에서 염도와 열을 빼앗기고 가라앉아 다시 적도로 흘러간다. 이같은 해류가 달라지면, 전세계의 기후가 바뀐다.
빙하가 사라지면 지구 온도가 오르는 속도도 더 빨라진다. 눈과 얼음으로 된 빙하는 햇빛의 90% 가량을 반사한다. 빙하의 면적이 줄어들수록 태양빛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 셈이다.
빙하가 녹는 만큼 다시 얼린다면 기후변화를 저지할 수 있는 걸까. 아직은 바닷물 얼리기가 실험 단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단계다. 기후변화를 저지할 정도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할 기술력과 자금도 갖춰지지 않았다.
또한 바닷물을 퍼올리고 얼리는 과정이 기존의 극지방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지도 관건이다. 리얼아이스는 빙하를 뚫고 바닷물을 떠올리는 수중 드론의 동력으로 그린수소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화학물질이나 인공적인 조작 없이 자연 과정을 모방하는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리얼아이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시안 셔윈은 “지역사회의 지식과 경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며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실험에 현지 주민 참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