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 승부’라서, 숨 고르기도 가능

‘목검 승부’니, 신속·어색한 봉합

민주당, ‘정권 심판’ 프레임 희석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약속 대련.’ 다른 말은 ‘맞춰겨루기’로, 태권도의 훈련방법 가운데 하나다. 두 사람이 공격과 방어에 대해 사전에 약속된 방법으로 실전에 응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하는 훈련 방법이다.

‘약속 대련’이란 용어가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정치권 이슈를 장악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갈등 구도에 따라 붙는 수식어가 되면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사천 논란’으로 시작돼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견해차로 불붙은 이른바 ‘윤(윤석열)·한(한동훈) 갈등’이 충남서천 화재 현장의 만남으로 일단락됐다. 갈등은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갈등 자체’를 놓고 진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정치적 해석’이 이어진다. 갈등의 진위 여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이번 갈등이 ‘진검 승부’냐 ‘목검 승부’냐는 식이다.

우선 ‘약속 대련’이 아니라는 시각은 이번 갈등이 봉합되는 국면에서 확실한 실익을 얻은 쪽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연출한 갈등이었다면 어느 쪽이든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어야 하지만, 이번 갈등에서는 그런 결과물은 없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사퇴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한 위원장은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이번 갈등이 연출이 아니라는 해석은 추가적인 갈등도 예고된다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대립각은 공천 과정에서 더욱 첨예하게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힘 겨루기가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인식이다.

임기가 3년이나 남은 현직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 당의 장악력을 확실히 해야 한다. 반면 유력 대선주자로 올라선 비대위원장은 자산의 정치 자산을 쌓기 위해서 수직관계를 벗어난 당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검찰에서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형성했지만, 당면한 ‘권력 투쟁’ 앞에선 등을 돌리는 것도 한 순간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진검’이냐 ‘목검’이냐, 윤·한 갈등 '약속 대련'이길 바라는 野[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새 PI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이번 갈등이 연출이라는 해석은 봉합 국면이 예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둔다. 둘 사이의 갈등이 붉어진 지 하루 만에 화재 현장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어색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총선 전략을 놓고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강하게 충돌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YTN라디오 “당시 나는 정공법을 썼기 때문에 아주 강한 충돌로 남아 있었지만, 한 위원장은 삼일천하도 아니고 하루 만에 그 눈밭에서 눈 맞으면서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하루 만에 (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하려고 했던 모습 자체는 애초에 별로 양측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약속 대련’이라는 의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총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로 만들기 위한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권심판 프레임이 이번 총선의 ‘필승 카드’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을 상대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야당이 첨예한 대립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윤·한 갈등’이 부각될 수록 민주당이 원하는 선거 구도를 희석시킬 수 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윤한 갈등이 약속 대련이 아니라면 솔직힌 민주당에 큰 일”이라며 “정권 심판 구도가 명확해져야 총선에 유리한데 둘의 갈등이 부각될수록 이런 구도가 옅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