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식품관 방문 횟수, VIP가 일반고객의 10배

높은 등급에 무항생제…바이어가 관리 품질보장

VIP등, 고품질 단백질 선호하고 건강관리 민감해

“백화점에서 한우 사는 사람이 찐부자”…왜 그럴까? [세모금]
한우선물세트[현대백화점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백화점에서 명품보다 한우를 많이 사는 고객이 진짜 VIP입니다.”

강남에 사는 진짜 부자들이 백화점에 가면 명품관을 찾을까? 업계 관계자는 하나 같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명품이나 의류보다 선호하는 층은 ‘지하’다. 백화점 슈퍼마켓의 VIP 판매 비중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최고 인기 상품은 바로 한우다. 익명을 요구한 백화점 관계자는 “진짜 강남 부자들은 명품관보다 식품관을 더 많이 찾는다”면서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한우의 주요 고객이 대부분 VIP인 이유”라고 귀띔했다.

이런 현상은 백화점의 자체 통계에서도 뚜렷하다. 12일 현대백화점이 집계한 지난해 식품관 슈퍼마켓 매출 분석을 살펴보면 1년에 3000만원 이상 소비하는 VIP 고객(쟈스민블랙·쟈스민블루·쟈스민·세이지) 1인의 연평균 이용 횟수는 64.1회였다. 1년이 52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주 1회 이상 백화점의 식품관을 찾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일반고객의 식품관 이용 횟수는 연 6.7회에 불과했다. VIP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경우 VIP는 백화점 내 슈퍼마켓을 지난 한 해 128회 찾았다. 한 주에 2~3회 이용한 셈이다. 특히 압구정본점 현대식품관을 가장 많이 이용한 고객은 연 300회를 넘기도 했다. 압구정본점 슈퍼마켓 전체 매출에서 VIP가 차지하는 비중도 49.3%로 높은 편이다. 슈퍼마켓 매출의 절반을 VIP가 담당한다는 얘기다. 식품관 매출 가운데 정육은 47%로 절반을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하다. 강남점 VIP 고객 매출을 자체 분석한 결과, 한우 품목의 VIP 비중은 68%를 차지했다. 50% 수준인 명품을 비롯해 패션, 생활 장르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한우는 대부분 최고 등급의 무항생제 상품”이라며 “프리미엄 한우를 수급하기 위해 직접 목장에서 품질을 확인하고 공급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보이지 않는 ‘한우 경쟁’도 치열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2021년부터 축산 바이어가 경매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한우 공판장인 음성축산물공판장도 바이어의 주요 무대다. 높은 품질의 자신감은 작년 3월 선보인 한우 브랜드 ‘신세계 암소 한우’에서도 엿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도 최상급 한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우 구매 고객의 70~80%가 에비뉴엘 고객(VIP)일 정도로 중요한 판매상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이용 등심류가 판매 비중이 높다. 안창살, 살치살, 치마살 등 소 한 마리에서 소량만 얻을 수 있는 부위도 인기다. 설 명절을 앞두고 300만원 상당의 ‘프레스티지 암소 No.9 명품 GIFT(선물)’를 준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력이 탄탄한 강남 부자의 특성상 잡곡보다 고품질의 단백질 섭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 강하다”면서 “특히 건강 관리에 민감한 VIP들이 백화점의 한우 매장을 많이 찾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한우 사는 사람이 찐부자”…왜 그럴까? [세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