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초대 농정 수장, 이번주 내년 총선 충남 천안 출마 공식화 예정
‘농업 위기의 시대’ 대비 미래 농촌 기반 마련 위해 새로운 길 선택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의 초대 농업·농촌 정책을 이끈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새로운 길을 걷는다. 소통과 혁신을 바탕으로 정 장관의 ‘38년간 농정 뚝심’을 정치권에서 펼쳐 농촌과 농부가 사라지는 ‘농업 위기의 시대’를 대비해 미래 농촌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 장관은 ‘공직자의 권한은 국민으로 위임받고 것, 국민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는 사명감으로 공직 생활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25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번주 이임식을 갖고 내년 총선에 천안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정 장관은 1985년 기술고시 20회 농업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해 올해까지 38년간 대변인, 농촌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등을 농식품부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부터 3년 6개월간 청와대 농축산식품비서관으로 최장 기간 일하며 일자리와 농촌 고령화 해결을 위한 귀농귀촌사업을 국가 정책사업으로 입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귀농귀촌사업은 일자리와 농촌 고령화는 물론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에 대한 사회적 비용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에는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해 가루쌀 산업화, 스마트팜 기술개발, 반려동물산업 등 농업의 미래 성장 산업화를 위한 ‘5대 농업 발전 과제’를 추진했다.
윤 정부에서는 초대 농식품부 장관으로 ▷국민과 농업인을 지키는 식량안보 강화 및 농가경영 안정 ▷미래성장산업화 위한 혁신생태계 조성 ▷수출 및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비합리적 문제 정상화 및 과학적·선제적 방역 대응 등의 정책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정 장관은 재직기간 동안 취임당시 강조한 ‘농업인의 눈높이에서 현장을 바라보며 시급한 현안은 농업계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몸소 실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곡물 공급망 차질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 진정성있는 소통을 통해 가루쌀 활용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과 농가 경영안정 지원,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 등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글로벌 곡물 공급망 차질 등 식량위기 상황에서 지속 하락하는 식량자급률을 상승 전환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연간 200만t 수준의 수입 밀가루 10%를 국산 가루쌀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가루쌀 활용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지난해 6월 8일 내놨다.
향후 쌀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남는쌀 강제매수법 개정 대응과 함께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대책’을 내놓아 올해 수확기 쌀값은 20만원(80kg당) 수준으로 관리했다. 농업직불제를 2024년 3조원, 2027년 5조원 수준으로 확대 기반을 마련한 것도 큰 성과다.
비료·사료·난방비 가격안정 지원으로 농가 경영비 부담 경감도 이끌어냈다. 관련 대표적인 정책이 비료 가격 인상차액의 80% 지원(2022~2023년), 사료 구매자금 지원 강화(2022~2023년), 시설원예 농가 난방비 지원(2022년10~12월 사용분), 지난해 특별사료구매자금 1조5000억원 저리(1.0%) 융자(2년 거치 일시상환 →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올해 사료구매자금 규모 1조원 등이다.
이를 통해 비료가격 체감상승률을 최대 75% 억제하고 축산농가 향후 5년간 3300억원 경영비 부담 절감이 추정된다. 자연재해 피해 보상도 복구비 지원 단가 현실화 및 지원비율 상향조정, 특별지원금 최대 520만원(2인가족 기준) 지원, 농기계 및 하우스·축사 내 설비·장비 피해 신규 지원 등으로 확대했다.
농업과 전후방산업의 수출 확대도 주요 성과다. 올해 1~ 11월 농식품 수출액은 82억7000만달러(한화 10조7000억원가량)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2.4%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다.
K-농업 해외전파를 위한 K-라이스벨트 구축도 대표적인 정 장관표 정책이다. K-라이스벨트는 아프리카 국가에 한국의 쌀 재배 경험을 공유하고 벼 품종을 공급하는 ODA 사업이다. 정부는 통일벼와 아프리카 품종을 교잡해 만든 개량 품종 ‘이스리6’, ‘이스리7’ 등 다수확 품종을 현지에서 재배해 종자를 생산한 뒤 현지 농민에게 보급할 방침이다. 이 품종의 ha당 벼 수확량은 5~7t으로 아프리카 벼 품종(1.5t)에 비해 네 배가량 생산성이 높다. 이를 통해 농업 선진국으로서의 위상과 국격을 제고하고, 농업 기술 전파를 통한 국제 우호관계 형성으로 우리 기업의 해당국가 진출이 용이하다.
농촌공간계획 법제화 완료와 지속가능한 낙농제 개편, 조류인플루엔자(AI) 수평전파 및 계란 수급 안정, ‘소 전염병’ 럼피스킨 대응 등을 통해 비합리적 문제 정상화와 과학적·선제적 방역에도 남다른 성과를 냈다.
정 장관은 국산 유가공 제품이 값싼 수입산과 경쟁하려면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낙농업계를 설득, 전 정부부터 지지부지했던 원유(原乳)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이끌어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오르기만 하는 우윳값을 잡기 위해서라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 장관은 부친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독일산 젖소 홀스타인 종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관리했다는 사명감으로 누구보다 낙농개편에 사명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