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장관 국회서 “69시간 아닌 주 평균 52시간”

'가짜뉴스'냐 야당 질문에 “언론에서 말한 것” 해명

'주 최대 69시간' 언제?…미래연 발표에서 첫 언급

내부에선 “주 최대 69시간도 아닌 아예 '주 69시간제' 됐다”

앞선 여론 악화 우려한 대통령실, '프레임'에 사로잡혀 갈팡질팡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확한 표현은 69시간이 아니라 주 평균 52시간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 최대 69시간’으로 불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주 69시간은 극단적인 경우에 가능한 것”이라며 이같이 항변했다. 그러나 이미 굳어진 ‘69시간’의 프레임은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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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같은 논리라면, 현행은 주 64시간제"=한 고용부 인사는 “이제는 ‘주 최대 69시간’도 아닌 아예 ‘주 69시간제’가 됐다”며 “같은 논리를 현재 ‘주 52시간제’에 적용한다면 사실상 (탄력근로제를 감안하면) ‘주 64시간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정부가 지난 6일 내놓은 개편안의 핵심은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일’에서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분기, 반기, 연으로 확대할 때는 총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줄어든다. ‘분기’는 140시간(원래 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원래 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원래 624시간의 70%)으로 단축시키도록 설계해뒀기 때문이다.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데도 ‘주 최대 69시간’이란 논란이 불거진 건 현재 주당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를 특정주에 몰아쓸 수 있도록 한 탓이다. 실제 이 경우 근로자는 1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출퇴근 사이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의무, 근로시간 중 4시간마다 30분 휴게시간 의무와 1주에 6일(일요일 제외) 일한다고 가정할 때다. 만약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를 적용치 않겠다고 선택할 경우엔 주의 최대 근무시간을 64시간까지만 가능하다.

▶'주 최대 69시간' 누가 언제, 어떻게 말했나='69시간'이라는 숫자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나왔을까. 이 장관은 전날 이를 묻는 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제가 말한 게 아니다”라며 “언론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 ‘주 최대 69시간제’로 발표한 적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언론이라고 그냥 썼을까. 정부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제’으로 일컬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노동시장 개혁 최종 권고문’을 발표한 시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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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정부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해온 전문가 논의기구다. 연구회 좌장을 맡았던 권순원 숙대 교수는 권고문 발표 이후 ‘그렇다면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월 단위로 확대하는 경우 주당 근로시간이 연장근로시간 한도까지 포함하면 69시간까지 가능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주 69시간 역시)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가정이기 때문에 빈번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개편안이 ‘주 최대 69시간제’로 불리게 된 연유다.

문제는 대통령실조차 ‘주 최대 69시간’ 프레임에 눈이 흐려져 갈팡질팡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지난 16일에 이어 전날에도 “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7월 ‘주 최대 92시간’ 가능성이 불거지며 발생했던 도어스태핑 사건과 후보자 시절 ‘주 120시간 바짝 노동’ 발언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지만, 고용부 내부에선 “대통령마저 숫자를 언급하면 답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