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증가폭은 1조원 그쳐
은행권 6개월 정기예금 금리 12개월보다 높아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정기예금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예금 금리 경쟁을 기대한 금융 소비자들이 여윳돈을 일단은 단기 운용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도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예금 금리를 올리자, 한달 새 단기예금 잔액이 11조원 넘게 급증했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최근 통계인 8월 예금은행의 1년 미만 단기예금은 360조9129억원으로 한 달 새 11조7831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은 588조4375억원에서 590조892억원으로 1조651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6월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342조2385억원으로 전달 대비 3조5899억원 감소했지만, 7월(349조1298억원) 들어 5조8913억원 크게 늘어났다. 이어 8월엔 11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은 6월과 7월 각각 6조9406억원, 6조1780억원 늘었지만 8월 들어선 증가폭이 1조원대로 대폭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보면 6개월 미만 예금이 10조원 넘게 늘었다”며 “지난해 4분기 예치한 정기예금 만기도래를 앞둔 예금주들이 은행권 수신 경쟁을 감안해 만기를 짧게 운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지난해 100조원 가까이 몰린 은행권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다가오면서, 다시 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많은 이자비용이 들지 않도록 만기를 분산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처럼 자금 조달 경쟁 때문에 대출 금리가 오르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수신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점도 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6개월 만기 예금금리가 12개월 만기 예금금리보다 높은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 상품의 6개월 만기 최고금리는 이날 기준 연 4.08%로, 12개월 만기 최고금리 4.05%보다 0.03%포인트 더 준다. NH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II’는 6개월 최고금리(4.05%)가 12개월(3.95%) 보다 0.1%포인트 높다.
저축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OSB·대신·솔브레인·오투·조은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6개월 만기 금리는 12개월보다 최대 0.4%포인트에서 최소 0.1%포인트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뀌고 있고, 은행채 6개월물 금리가 1년물 금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점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작년 10월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6%까지 인상하면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이 상당히 많이 있다”면서 “예금 분산 차원에서 현재는 6개월 예금 금리를 더 높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미국 채권 금리에 영향 받는 국내 은행채 금리도 오르면서, 은행권 단기예금 금리 경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4.140%로 지난 8월(3.838%)보다 0.302%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