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마다 기준·시점 제각각 통계
실태파악 이후 지자체 적극행정 要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40대 김모씨는 최근 빈집 정리, 유품 정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령화, 지방소멸 기조에 지방을 중심으로 빈집이 증가하면서 관련 수요 역시 크게 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재 충청도 위주로 빈집을 정리하고 폐기물과 유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각지에서 의뢰가 많다”면서 “집 소유주가 사망하면서 자녀들이 의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전라도에서 폐기물 및 빈집 정리 일을 하는 이모씨 역시 “일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면서 “빈집 같은 경우 해남 등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의뢰가 잦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지방소멸의 흐름 속에서 지방 곳곳에서 빈집이 폭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제도가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통계에서도 빈집 현황을 알 수 있는 일관된 통계가 없다.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빈집이 폭증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아직 겉으로는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1세대 빈집’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고령화와 지방소멸 추세를 고려하면 언제든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어 일관된 통계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계 불일치는 통계청과 지자체의 빈집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미분양 주택, 공공 임대주택도 빈집으로 보지만, 지자체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미분양주택, 별장 등은 빈집에서 제외하고 있다.
조사 시점 및 기간도 다르다. 통계청은 주택총조사 시점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빈집으로 보지만, 다른 부처는 일정 기간 사람이 살지 않은 주택을 빈집으로 파악했다. 2020년 기준 통계청은 151만여호 이상을 빈집으로 봤는데 이듬해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다른 부처들은 13만여호(도시·농어촌 합산) 가량이 빈집이라고 발표한 것도 조사 시점 차이에서 나온다.
조사 기준도 제각각이다. 도시지역(국토교통부 소관)은 빈집을 1~4등급으로 구분했고, 농어촌(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소관)은 ‘일반빈집’과 ‘특정빈집’으로만 나눠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같은 지적에 해당 기준은 올해 들어 통일됐다. 정부는 ‘빈집관리 체계 개편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를 진행해 지난 4월 연구용역을 마쳤고, 그 결과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빈집으로 규정했다. 등급 역시 노후도와 빈집도를 기준으로 도시·농어촌 모두 1~3등급으로 맞췄다.
이처럼 부정확한 실태 조사에 제대로된 빈집 통계가 나올 수 없었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도 요원했던 게 현실이다. 빈집이 1000만호에 육박하는 일본의 경우 총무성 통계국의 지휘 아래 실태 파악을 진행한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처럼 완전히 구획된 건물의 일부로 한 세대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으나 조사시점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향후 3개월 동안 거주 예정이 없는 주택을 빈집으로 집계한다.
한편 조기에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태 파악 이후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자체 주도로 빈집을 파악하는데,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도 외관상 흉물같은 빈집만 주로 관리되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소유주 있는 것만 우선적으로 정비 대상이고, 지자체는 외관상 문제 없으면 심각하게 보지 않아 명확한 실태파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