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상 중인데 韓 경제안보 콘트롤타워는 어디? [세종백블]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중국이 마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오는 12월부터 이차전지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통제에 나서는 등 세계는 통상 전쟁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안보의 콘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우리나라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기관)는 지난 20일 흑연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12월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수출 통제 대상엔 이차전지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이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음극재용 흑연 2억4100만달러어치 가운데 93.7%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에 따라 이차전지 음극재용 고순도 흑연도 중국 국경을 넘을 때 이중용도(군용) 여부를 검사받아야 한다.

앞서 중국은 지난 8월에도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맞서 세계 생산량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로 맞불을 놨다. 여기에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이 부당하게 들어갔는지 조사에 착수하면서 중국과 서방의 경제안보에 대한 갈등은 커지고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 공약으로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내걸었다. 트럼프가 재선돼 공약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경제 전쟁'이 우려된다. 워싱턴포스트와 워싱턴이그재미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외국 생산자의 모든 상품에 수입시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의 필요성을 밝혔다. 각국 정부의 환율 개입 정도에 따라 관세율을 차등화해 미국에 '덤핑 수출'하려는 나라에 폭탄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양국간 통상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세계 각국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위기에 처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안보를 콘트롤타워하는 부처가 모호하다. 통상교섭본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외교부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경쟁적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부는 산업부에 통상기능을 이관하지 못한 점을 감안, 호시탐탐 통상업무를 가져오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관가의 전언이다.

외교부는 산업부의 해외공관 직원을 축소키로 했다. 몽니를 앞서 외교부는 국제 간 경제분쟁에 대한 판결과 마찰을 조정하는 WTO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한 유럽연합(EU)에 각각 산업부 자리를 한개씩 없애기로 한 것이다. 행정안전부와 외교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전 부처의 ‘정원 5% 감축’이라는 방침으로 조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안보를 내세운 정부에서 글로벌 통상전쟁 속에서 최전선에서 싸울 자리와 조직을 없애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공관 규모, 한 공관 동일 분야 2명 이상 등 객관적 기준 갖고 감축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공관들은 산업부 출신이 처음으로 개방형공모를 통해 입성한 곳들이다. 이로인해 외교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직전 통상 기능 이관을 놓고 전쟁을 벌었던 산업부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 관가의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신설된 신통상질서전략실도 폐지했다. 신통상질서전략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한미 FTA 재협상과 자동차 232조 관세 협상 등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과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른 새로운 통상규범 논의 등 통상환경 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외교부는 안보실장을 비롯해 장관이 외교부 출신으로 기회가 되면 어떻게라도 토상기능을 산업부에서 이관해오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라며 “반면, 산업부는 학계 출신 통상교섭본부장이 재임하고 있다보니 조직을 지키는 것보다는 자신들을 부각하거나 네트워크 구축에 더 관심이 많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