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식단 관리를 하는 이들에게 ‘단백질 추가·탄수화물 빼기’ 는 마치 규칙처럼 정해진 공식이다.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은 다이어트뿐 아니라 혈당 관리를 위한 목적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의학 전문가들은 탄수화물을 무조건 빼는 것은 ‘건강식’과 거리가 멀며, 극단적인 경우 신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혈당 관리에 탄수화물은 적?…“극단적 저탄 식단, 당뇨 환자도 피해”
최근 대한비만학회·대한당뇨병학회·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공동 성명에 따르면 과체중·비만 성인의 경우, 체중 감량을 위해 ‘중등도 저탄수화물(탄수화물 비중이 총 칼로리의 26~45%)’ 또는 ‘저탄수화물(10~25%)’ 다이어트를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총 칼로리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지는 비중이 10% 미만인 다이어트는 권고하지 않는다. 혈당 관리가 필수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장되지 않는 식단인 것이다.
황유철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서 일정 수준의 탄수화물 제한은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지만,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은 저혈당 위험의 증가 또는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상승으로 인한 잠재적 심혈관질환 위험 때문에 권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 당뇨병 환자더라도 일정한 혈당 유지를 위해 탄수화물의 섭취 시간과 양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은 사망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018년 의학 저널 ‘랜싯 공중위생 저널’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25년 동안 7개 국가의 데이터를 추적한 결과, 총 칼로리에서 ‘탄수화물을 적당히 섭취한 그룹( 50~55%)’의 조기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반면,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낮은 그룹(40% 이하)’은 조기 사망 위험이 가장 높았다. 또 통곡물의 섭취도 사망률의 감소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탄수화물을 너무 많거나 적게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을 먹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살 빼려면 탄수화물 무조건 패스?…“통곡물 섭취, 오히려 도움”
여러 영양학자에 따르면 설탕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등시키지만, 통곡물·채소·견과류에 들어있는 복합 탄수화물은 염증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혈당 수준을 돕는 역할도 한다.
‘질’ 좋은 탄수화물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덜 가공된 식품이다. 이를 건강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식품과 결합해 먹으면 혈당이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포만감도 상승된다. 예를 들어 현미밥에 두부 반찬을 먹거나 통밀빵에 아보카도 또는 아몬드 버터를 발라 먹는 식이다.
복합 탄수화물을 잘 이용하면 체지방 감량에도 도움될 수 있다. 물론 ‘복합 탄수화물’을 ‘적당량’ 먹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미국영양학회 학술지 ‘영양학저널’ 최신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매끼 통곡물을 섭취한 그룹은 한 끼 미만으로 섭취한 그룹에 비해 체지방과 복부 지방이 더 크게 줄어들었다. 통곡물의 대표 식품으로는 현미를 비롯해 보리, 귀리, 통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