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장관 취임 일주일만에 첫 인사…“국정과제 이행 드라이브”
기재부 1급, 통계·관세·조달청 등 차관급 외청장 영전
한전 등 산업부 주요 산하 공기업, 전직 국회의원들 포진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6년만에 기획재정부 출신 장관을 맞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실장급(1급) 4명이 사표를 내고 국장급 간부들이 그 자리에 승진 배치됐기 때문이다.
대대적 인사를 통해 원전 생태계 조기 복원, 첨단산업 초격차 유지 등 주요 국정과제 수행하겠다는 방문규 신임 산업부 장관의 의지가 표명된 것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기재부 1급들의 차관급 영전은 공식화된 반면 산업부를 비롯한 대부분 부처에서는 50대 초중반인 1급들이 ‘만61세’ 정년퇴직을 채우지 못하고 빈손으로 용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7일 10명의 실장급 간부 중 6명을 교체하는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방 장관 취임한 지 일주일만이다.
이번 인사는 행정고시 37~38회인 주영준 산업정책실장과 황수성 산업기반실장, 정대진 통상차관보, 문동민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 총 4명의 사표로 이뤄졌다. 실장급으로 격상된 대변인에는 최남호 기획조정실장이, 무역위 상임위원에는 천영길 에너지정책실장이 수평이동됐다. 최 실장은 6년전인 박근혜 정부시절 당시 기재부 출신 주형환 산업부 장관시절에도 국장급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기획조정실장과 산업정책실장에는 나란히 행시 40기인 이원주 현 에너지정책관과 이승렬 원전산업정책국장이 임명됐다. 에너지정책실장에는 이호현 현 전력정책관(행시 39회)이 승진 이동했고, 통상차관보에는 산업부에서 수소경제정책관 등 보직을 역임한 양병내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행시 39회)이 임명됐다.
산업부는 행시 37·38회 위주이던 실장급 직위에 행시 39·40회 인사를 적극 등용해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유도하고 조직 내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인사단행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내부에서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관가에서는 사표낸 1급들의 생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표를 낸 4명은 어떤 자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짐을 쌌다는 것이 산업부 내부의 전언이다. 행시 36회이후부터는 박근혜 정부시절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만61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만61세까지 공식 수입이 0원인 셈이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이들이 최소 6개월간 놀아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최소 6개월간은 수입이 0원인 것이다.
윤 정부 출범이후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산업부 주요 산하 기관에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임명됐다. 그동안은 산업부 관료출신들이 갔던 자리로 여겼지만 윤 정부에서 공식이 깨진 것이다. 지난 5월 이임한 박일준 전 산업부 제2차관은 5개월째 다른 자리를 받지 못하고 쉬고 있다.
또 사표를 낸 이들의 민간 취업도 쉽지 않다. 3년이내 민간 취업시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재부는 윤 정부 출범이후 1급들은 통계청, 관세청, 조달청 등 외청장(차관급)으로 승진됐다.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차관까지 기재부 출신이 포진돼 있다. 반면 산업부 1급들은 바로 차관급으로 승진한 사례가 강경성 2차관이 유일하다. 강 차관은 윤 정부 출범이후 대통령실 산업비서관으로 재직했다가 지난 5월 차관으로 임명됐다.
세종 관가 한 관계자는 “신임 장관의 조직 쇄신차원에서 이뤄진 산업부 1급 4명의 용퇴가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지만 이들에 대한 생계도 고민해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면서 “만61세 정년을 보장하지 않고 내보낸 만큼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