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란’(10월 11일 개봉)에 노개런티로 출연한 송중기(사진)의 선택은 옳았다. 지난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화란’을 보면, 송중기가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또 주인공도 아닌 ‘치건’이라는 캐릭터를 왜 원했는지를 알 수 있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느와르다. 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기도 하다. 여기서 송중기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강렬하면서 서늘함을 매력화하며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화란’은 송중기가 영화계에 돌아다니는 시나리오를 보고 한번 해보고 싶다고 역제의한 저예산 영화다. 송중기의 소속사 직원들은 송중기가 하려는 역할이 주인공인 연규인줄 알고, “고등학생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송중기에게는 주인공보다는 어떤 캐릭터를 맡고, 어떤 변신을 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송중기는 “치건이 저수지에서 연규에게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무려 A4 용지 3장에 쓰여있었다. 이걸 보면서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면서 “기존에 하던 연기 방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해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주인공인 열일곱살 연규는 폭력적인 새아버지 밑에서 생계에 허덕이는 어머니, 이복여동생 하얀(김형서)과 함께 숨막히는 공간에서 살면서 언젠가는 다들 비슷하게 산다는 네덜란드로 가겠다는 일념으로 돈을 모은다. 그래서 이 희망도 없는 명안시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좀체로 쉽지 않다. 치건은 연규가 합의를 위해 필요한 300만원을 도와주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보스인 중범(김종수)의 도구로만 이용되며 역시 명안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치건은 연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다.
송중기와 홍사빈의 관계가 어떻게 엮여나가고 두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맺는지를 계속 긴장하면서 볼 수 있는 게 ‘화란’의 매력이다. 치건은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연규를 알아채고 손을 내밀지만, 향후 두 사람 관계의 전개는 관습적이지 않다.
송중기는 자신이 맡은 치건 캐릭터는 비겁했다면서, 어른이 청소년을 잘 이끌어야 줘야 한다는 사회성 있는 말을 했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측면에서도 이해될 수 있는 청소년 느와르다.
송중기는 냉혹한 현실 속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조직의 중간보스 치건을 맡아 속을 짐작할 수 없는 서늘한 얼굴과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중저음의 보이스, 한층 깊어진 눈빛으로 치건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전작과 다른 매력의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송중기는 “어둡고 스산한 정서의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못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이 됐다. 그런 순간 이 대본을 보게 됐다. 소외된 두 소년(연규와 치건)이 겪는 이야기를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면서 “사랑하는 아기가 생겼지만, 이런 어두운 영화를 한다고 걱정 안한다. 나중에 커서 아빠가 이 영화를 했다고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