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커피는 좋지만, 마시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도 잘 못자요.”
커피가 각종 질환을 예방해준다는 효능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카페인으로 인한 두근거림이나 숙면 방해 등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디카페인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예 커피가 없는 ‘대체 커피’도 주목을 받고 있다.
디카페인 성장에 ‘대체 커피’ 눈길…“커피 단점 보완·친환경적”
실제로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대체 커피((coffee alternative)’ 시장 규모는 2022년 27억달러(약 3조 6196억원)를 달성했으며, 2030년까지 53억달러(약 7조1051억원)에 달하는 두 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사실 커피는 카페인 중독 문제를 비롯해 칼슘 흡수와 숙면 방해 등의 단점이 있다. 대체 커피가 내세우는 강점은 커피 맛을 내면서도 이러한 커피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보다 친환경적 생산도 가능하다. 미국에서 대체 커피를 만드는 애토모(atomo)업체는 대체 커피로 생산된 콜드브루의 물 사용량이 일반 콜드브루 보다 94% 적고, 탄소 배출량도 93% 감소된다고 밝힌 바 있다.
치커리·버섯·아몬드·민들레·캐럽·라몬씨 등 다양한 식재료 활용
시장 내 대체 커피의 등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치커리 커피(chicory) 등 대체 커피들은 있었으나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재는 디카페인 인기에 힘입어 대체 커피가 훨씬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치커리 커피는 유럽과 미국에서 ‘카페인 없는 커피’라 불리며 오랫동안 커피 대용품으로 이용돼왔다. 말린 치커리 뿌리를 볶아서 뜨거운 물에 우리면 커피 맛 차가 완성된다. 특히 뿌리 부분은 프리바이오틱스(유산균의 먹이)까지 다량 들어있다.
최근에는 커피의 다양하고 깊은 풍미를 구현하기 위해 차가버섯, 민들레, 보리, 아몬드, 허브 등 보다 많은 식재료들이 블렌딩되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러한 성과물을 내놓은 업체들이 많아졌다. 코트라(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대체 커피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신생브랜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토모의 경우, 2019년 브랜드 론칭 후 2022년 정식 소매 판매를 시작한 업체다. 커피 원두의 분자 단위까지 분석한 화학 공정을 통해 커피의 맛과 향을 재현했다. 캔커피로 출시된 ‘콜드브루 오트밀크 라떼’ 등은 소비자 반응도 좋은 편이다.
티치노(Teeccino)는 미국에서 허브를 활용한 ‘허브 커피’로 잘 알려져 있다. 고대 마야인들이 음료에 이용했다는 라몬씨(ramon, 뽕나무과 식물의 씨앗), 초콜릿 맛이 나는 캐럽(carob), 민들레 등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다.
버섯 커피를 판매하는 라이즈(RYZE)는 면역력 유지에 좋은 버섯 효능을 앞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도 출시된 보리 커피와 비슷한 제품도 있다. 페로(Pero)는 맥아 보리, 치커리, 호밀 등을 통해 대체 커피 를 만들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커피 소비가 많은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대체 커피 분야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대체 커피가 대중화될 경우, 누가 관련 업계의 ‘스타벅스’ 역할을 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과거에도 원두 가격이 오르거나 커피 품귀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대체 커피의 수요가 높아졌다가 이내 줄어들긴 했다. 다만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디카페인 커피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가 신생브랜드들의 혁신적인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확장의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