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의 남자 축구 대표팀 경기에 북한 여성 응원단이 자리해 응원을 펼쳤다.
21일 오후 8시30분 열린 북한과 키르기스스탄 간 남자 축구 예선 2차전 경기에는 흰색 티셔츠와 모자를 맞춰 입은 30여명의 북한 응원단이 경기 시작 20분 전부터 관중석에 자리했다.
지난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만과의 예선 1차전에서는 연보라색 셔츠와 모자를 맞춰 입은 여성 4명이 응원에 나서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에는 대폭 인원이 늘어난 것이다.
응원단의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었다.
인공기가 프린팅된 흰색 티셔츠를 입은 응원단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환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거나 경기장과 몸을 푸는 선수들의 사진을 찍었다.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인솔자로 보이는 인사는 응원단이 든 대형 인공기의 각도나 쥐는 법을 지시하며 응원을 준비했다.
그는 "애국가가 나올 때는 모자를 벗읍시다"라고 세세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단은 북한이 기회를 잡을 때마다 모두 벌떡 일어나 일사불란하게 박수를 치며 "잘 한다 우리팀" 등의 구호로 응원전을 펼쳤다.
응원단은 전반 20분께 북한 팀이 첫 골을 넣자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를 내지르기도 했다.
응원단 모습이 신기했는지 다른 중국 시민들도 휴대전화로 응원 모습을 담기도 했다.
하지만 응원단은 기자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언론과의 접촉은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인솔자 격으로 보이는 인사들에게 다가가 국제대회 참가 소감이나 1차전 승리 소감 등을 물었으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화를 거부한다는 손짓과 함께 "할 말 없다", "말 안 한다"라며 시선을 돌렸다.
뒤쪽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북측에서 왔나요? 아니면 이곳 항저우 쪽에 살고 계시나요?"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굳은 표정으로 기자의 얼굴을 한동안 응시하더니 그라운드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아들로 보이는 30대 후반 남성도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평상복 차림이었으나 응원단과 친분이 있는 듯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다소 거리를 둔 채 그들과 한목소리로 응원하던 50대 여성은 기자의 질문에 "조선족입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2021년 치러진 도쿄 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31일 자격정지가 해제됐다.
올해 들어 조금씩 종목별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200명 가까운 규모의 선수를 파견했고, 선수만큼이나 관심을 끈 북한 여성 응원단도 '국제 무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