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 사망과 관련해 가해 학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추정되는 대학교 교정에 가해 학부모와 자녀를 비난하는 내용을 적은 종이박스가 놓여있다. [SNS 갈무리]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 사망과 관련해 가해 학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로 추정되는 대학교 교정에 가해 학부모와 자녀를 비난하는 내용을 적은 종이박스가 놓여있다. [SNS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2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교사에게 악성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가운데 21일 온라인 상에서 가해 학부모의 신상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며 사적제재 우려를 낳고 있다.

21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특정 직원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돼 있는 한 지역 단위 농협 게시판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 왔다.

해당 농협은 사망한 이영승(남) 교사가 사비로 월 50만원씩 400만원을 건네 준 학부모의 근무지로 지목된 곳이다.

로그인을 해야 내용을 작성할 수 있는 해당 게시판에는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 “해고시켜라. 양아치 짓으로 젊디 젊은 교사를 죽게만든 인간”, “25년 월급 통장을 바꾼다”, “자금갈취하는 돈에 눈이 먼 직원 퇴출하라” 등 악성민원 제기 학부모로 추정되는 특정 직원을 비난하는 글들이 수백개 달렸다.

[MBC 방송 갈무리]
[MBC 방송 갈무리]
[OO농협 게시판 갈무리]
[OO농협 게시판 갈무리]

앞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 악성 민원을 한 학부모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던 한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번에는 의정부 호원초 이영승 교사에게 갑질한 학부모의 신상을 올렸다.

'촉법나이트 더 관평동 시즌3' 계정으로 이름 붙인 이 계정주는 지난 16일 이른바 '호원초 페트병 사건'의 학생 얼굴과 학부모 얼굴을 공개하며 "고 이영승 선생님은 2016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 첫 부임하셔서 6학년 2반 담임을 맡으셨는데 그때 너와의 악연이 결국 선생님을 죽게 만들었다"며 "팔목 다친 거 인증 좀 해줄래"라고 썼다.

2년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의정부시 호원초 교사가 사비로 월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전달해준 사실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이 올린 가해 학부모 추정 신상 정보. [SNS 갈무리]
2년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의정부시 호원초 교사가 사비로 월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전달해준 사실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이 올린 가해 학부모 추정 신상 정보. [SNS 갈무리]

이어 "너희 어머니한테 시달려서 다음 해에 군대 가셨는데 군대에 계신 선생님께 돈 내놓으라고 2차 성형수술비 달라고 한 게 너희 어머니 OOO"라며 "그의 아들 OOO아, 니 사진 다 있는 거 보이지?"라면서 학부모와 그 자녀의 최근 사진, 자녀 SNS 계정, 현재 재학 중인 학교 등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페트병 사건'은 이 교사가 부임 첫해인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의 한 학생이 수업 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등을 다친 일을 가리킨다. 이 학생의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두차례 치료비를 보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휴직하고 입대한 이 교사에게 지속해서 학생 치료와 관련해 만남을 요청하고 복직 후에도 계속 연락했다. 결국 이 교사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치료비로 제공했다.

2년 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극단 선택을 한 의정부 호원초교 교사의 군 복무 시절 사진. [MBC 방송 갈무리]
2년 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극단 선택을 한 의정부 호원초교 교사의 군 복무 시절 사진. [MBC 방송 갈무리]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사안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숨진 이영승(남)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2년 전 고인이 악성 민원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호원초교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에 대해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또 해당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한 '페트병 사건' 학부모를 포함해 학부모 3명을 교육 활동 침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