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통화 긴축 기조를 고수했다.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도 5%대로 상향해 고금리 장기화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장기간 고금리 환경에 노출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섣불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이어갈 공산이 커졌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했지만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을 5.6%로 제시해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말 금리 예상치는 5.1%로 6월 전망치(4.6%)보다 0.5%포인트 상향했다. 내년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인하 폭은 0.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2025년 말 금리 전망치 역시 기존 3.4%에서 3.9%로 높였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미뤄질 수 있고, 횟수도 많아야 두 차례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서비스물가지수가 하락을 해야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 8월 주거비 제외 근원서비스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소폭 하락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상승폭이 증가했다. 임금 상승률이 아직 안 떨어져서 서비스물가가 쉽게 안 잡히고 있다는 의미”라며 “내년 2분기나 3분기에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도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지금도 2.0%포인트로 사상 최대폭인데, 미국이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2.25%포인트로 더 벌어지게 된다. 이 경우 현재 1330원대인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외국인 자금 유출의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도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변수로 떠올랐다. 국제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 경우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당초 한은의 전망보다 더뎌질 수 있고, 경상수지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한은도 당분간 매파적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21일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정책금리가 동결됐으나 올해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 두고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긴축 기조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면서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및 경기 상황, 국제 원자재 가격 움직임, 이에 따른 통화정책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 등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다. 특히 최근의 국제유가 오름세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9월 미국의 정책 금리 방향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저금리 상황을 제외하면 연준이 움직이기 전 한은이 먼저 대응한 사례는 없다”면서 “한은도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제시한 3.75% 가능성 열기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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