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한국 남자배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인도에 처참하게 패했다.
프로 선수가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인도에 패한 건, 2012년 베트남에서 벌인 제3회 아시아배구연맹(AVC)컵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세계 랭킹 27위)은 20일 중국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인도(73위)에 세트 스코어 2-3(27-25 27-29 22-25 25-20 15-17)으로 졌다.
한국 남자배구는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금메달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23일)하기도 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 회복하지 못하면 '참사'로 기억될 수 있는 경기다.
2012년 AVC컵 준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했던 한국은 11년 만에 또 풀세트 접전 끝에 인도에 덜미를 잡혔다.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에는 19개 팀이 참가해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여, 각 조 1, 2위가 1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C조에는 3개 팀만 출전해 한국은 21일 열리는 캄보디아전에서 승리하면 조 2위로 12강에 진출해 메달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은 크게 꺾였다. 아시안게임 조별 예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도 확인했다.
5세트에서 12-14로 끌려가던 한국은 전광인(현대캐피탈)의 오픈 공격과 전광인 서브에 이은 나경복(국방부)의 다이렉트 킬로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갔다.
랠리 끝에 나경복의 오픈 공격으로 15-14, 역전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인도는 만주나타 라크시미푸람의 속공으로 15-15 동점을 만들더니, 나경복과 허수봉(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연거푸 블로킹 하며 경기를 끝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한국의 차지'라고 생각했던 C조 1위를 인도가 확정하는 순간이었다. 인도는 전날 캄보디아를 3-0으로 꺾었다.
이날 한국 남자대표팀이 밝은 표정을 지은 건, 1세트 초반뿐이었다.
한국은 1세트 시작과 동시에 김준우(삼성화재)의 속공으로 득점했고, 허수봉의 오픈 공격과 나경복의 서브 에이스가 이어져 3-0으로 앞섰다.
10-6으로 앞서며 기선 제압까지는 성공했지만, 이후 인도는 키 202㎝의 미들 블로커 아스왈 라이와 날개 공격수 아미트를 앞세워 추격을 시작해 승부를 뒤집었다.
20-22로 끌려가던 한국은 전광인과 나경복의 오픈 공격으로 동점을 만들고, 22-22에서는 전광인의 서브 에이스로 역전에 성공했다.
듀스로 이어진 승부에서는 25-25에서 나경복의 상대 블로커 손끝을 노린 연타 공격으로 리드를 잡고, 인도의 공격 범실로 힘겹게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승부도 듀스로 흘렀다.
한국은 27-27에서 쿠마르 비니트에게 오픈 공격을 얻어맞았다.
27-28에서 임동혁(대한항공)이 시도한 오픈 공격은 라이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한국은 3세트에서는 초반부터 인도에 끌려갔다.
15-22에서 날카로운 서브로 인도 리시브 라인을 흔들고, 허수봉과 전광인의 날개 공격으로 22-24까지 추격했지만, 전광인의 서브가 네트에 걸리면서 3세트가 허무하게 끝났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전광인, 허수봉, 나경복이 '삼각 편대'를 이루고, 미들 블로커 김민재(대한항공)가 중앙에서 힘을 내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하지만, 5세트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공수에 능한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대한항공)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도 한국에는 악재였다.
이날 한국은 블로킹 득점에서 인도에 6-12로 밀렸다. 승패를 가른 마지막 장면도 인도의 블로킹 득점이었다.
한국은 나경복(31점), 전광인, 허수봉(이상 22점)의 날개 공격은 통했지만, 중앙에서는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인도는 중앙과 측면을 모두 활용했다.
◇ 20일 전적(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
▲ 남자 배구 C조 조별리그
한국(1패) 27 27 22 25 15 - 2
인도(2승) 25 29 25 20 17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