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성 없는 중재·층관위 운영 부실
아파트 노후화에 소음 더 늘 수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이웃 간 얼굴을 붉히게 하는 층간소음 갈등이 관련 법 개정, 업계의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우선 수도권 아파트의 노후화가 심화하며 층간소음 발생이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입주민의 자율 해결 기능을 위해 의무 구성을 추진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행 ‘공동주택층간소음규칙’에 따르면 공동주택 층간소음은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한 ‘직접충격 소음’, 텔레비전·음향기기 등 사용으로 인한 ‘공기전달 소음’이다. 해당 범위에 속하는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우선 이웃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가장 빠르며 간편한 방법이다. 만약 대화로 해결되지 않고, 관리사무소의 권고에도 소음 피해가 계속되면 피해 입주자는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가 거부하면 조정이 불성립되며, 한 사건당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마지막에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길밖에 없는데 경제적·시간상 부담이 막대할 수 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8월 기축 공동주택의 경우 500가구 이상 아파트에 주민자치조직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 구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위원회는 관리사무소장·동별대표자·입주민(임차인)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현실적으로 아파트 관리소장이 층간소음 갈등 해결에만 골몰하기도 힘들다 보니, 전문가들은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 7항(입주자 등은 필요한 경우 층간소음에 따른 분쟁의 예방, 조정, 교육 등을 위해 자치적인 조정을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을 활용해 위원회 구성을 권하고 있다.
다만 공동주택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의무구성 근거를 담은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며, 층간소음 갈등 중재·조정 및 예방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별도로 마련되지 않았다. 위원회가 주민 갈등 중재를 위해 전문성을 확보할 방안이 불투명한 실정인 것이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소장은 “층간소음위 설치 의무화가 되지 않은 데다, 구성되더라도 전문 교육 및 활동, 네트워킹 형성을 위한 지자체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일부 지역 내 시범사업을 통한 확산 등도 필요한데,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들이 노후돼가며 층간소음 발생이 더 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가 2014년 슬래브(콘크리트판) 두께 210mm 이상 의무화 시행 전에 지은 아파트들은 더 얇은 슬래브를 적용한 아파트가 대다수다. 지난 8월부터 완공된 아파트의 사용 승인 전 확인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실시됐고, 층간소음 우수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건설사의 신기술 개발도 잇따르고 있지만 구축 아파트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다. 정부는 구축 주택 소음저감매트 설치를 위한 저리 대출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 대책이 아니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한편 층간소음 유형에 현실성이 반영돼야 한단 견해도 제기된다. 다수 입주민이 층간소음으로 인식하는 개 짖는 소리 등 동물의 활동으로 인한 소리, 고성방가 등 사람 육성은 현행 규칙상 층간소음이 아니다. 급·배수, 인테리어 공사 소음, 코골이나 부부생활 소리 같은 사생활 소음, 보일러·냉장고·에어컨 실외·우퍼 소음, 부엌조리·운동기구·청소기·안마기(마찰·충격·타격음 제외) 등도 층간소음이 아니다. 해당 소음들은 사실상 피해 입주민 입장에서 대화 혹은 소송전 두개 선택지밖에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