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장군 홍범도’ 집필 이동순 시인 인터뷰

“홍범도 장군 활동 시대 빨치산과 지리산 공비는 달라”

대통령실 “尹대통령, 홍범도 흉상 문제 관련 이야기한 적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육사 교내 세워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검토에 이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서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장군 흉상이 비를 맞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홍범도 장군은 고려인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당시 시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국방부가 옹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소름이 끼칩니다.”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조명한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집필한 시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는 최근의 육군사관학교 교내 흉상 철거 및 이전 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교수는 2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에게 정신적 중추”라며 “카자흐스탄에 있던 홍범도 장군의 묘소는 결혼한 고려인 신혼부부들이 찾아와 ‘우리 사랑을 잘 지켜주세요’라고 기원하는 성지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역사적 아픔을 지닌 고려인들이 이렇게 기대고 의지하던 분이 지금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만약 홍범도 장군이 본다면 편하시겠느냐”며 “어떤 밑그림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홍범도 장군 같은 분까지 끌어들인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국방부가 전날 발표한 입장에서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언급하며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흉상 설치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국방부의 입장이 너무 옹졸해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며 “소름 끼친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활동하던 시대의 빨치산이라는 용어와 지리산 공비를 가리키는 빨치산 용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당시에는 제정 러시아 잔존세력과 맞선 세력을 모두 빨치산이라고 불렀다”고 지적했다.

또 “홍범도 장군은 일자무학으로 학교나 학원을 다닌 적 없어 글도 늦게 깨쳤고 악필이기도 했다”면서 “막스니 레닌이니 자본론이니 공산주의에 대한 이해는 물론 관심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북한이 과거 홍범도 장군의 고향이 평양이라는 이유로 유해를 모셔가겠다고 했는데 김일성보다 홍범도 장군을 더 위대하게 생각할까 두려워 결국 유야무야됐다”면서 “우리가 어렵게 모셔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북한은 과거 남측이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추진하자 카자흐스탄 정부는 남북 통일 이후 유해를 넘겨주겠다는 입장이라면서 봉환되더라도 고향인 평양으로 안치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방부가 전날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관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홍범도 장군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일방적인 비난이라는 평가가 있으며, 자유시 참변 재판위원으로 활동한 것 역시 독립군을 지키기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도 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및 이전과 관련해 학계나 교육부 등과 협의도 갖지 않았다.

대한의용단 사건으로 체포돼 고문으로 숨을 거둔 독립운동가 이명균 선생의 손자인 이 교수는 조부의 영향으로 독립운동사를 천착하게 됐으며, 대부분 독립운동가가 지식인, 선비 출신인 것과 달리 포수 출신인 홍범도 장군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