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유지하면 단기채 금리↑
재정 부족한 정부 국채 발행 확대
이자 적은 장기채 금리 더 올라야
MMF 이자·유동성 예금보다 나아
증시 조정시 美 빅테크 사모을 만
해외투자 때 달러강세 ‘헤지’ 필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yield)이다. 최근 가파르게 올라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수익률이 16년만에 2%를 넘었다. 이론적으로 채권이자율이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물가 보다 금리가 더 널뛰기를 해서다. 현재 4%대 중반에 진입한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이보다 더 높은 5%대 중반 수준인 단기채 수익률에 수렴해 더 오를 듯하다. 왜일까?
▶ 美단기채권에 몰리는 돈…연 5% 이자에 안전하고 입출금도 자유로워
실마리는 자금시장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부채한도가 꽉 차 잠시 비었던 곳간을 채우기 위해 미국 연방정부는 6월부터 대규모 단기채권(T-Bill) 발행에 나섰다. 석 달도 안돼 1조 달러를 모았다. 시장에서는 4분기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액수다. 어디서 이 많은 돈이 쏟아져 나왔을까?
올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발(發) 지방은행 대란 이후 미국 은행의 예금은 시장성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특히 연방준비은행의 역환매조건부채권(Reverse RP)의 인기가 높았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의 상환능력은 예금자보호 장치보다 더 안전하다.
연방정부의 고민은 시장의 단기 유동성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단기채권을 발행하는 데 있었다. RRP에 몰린 자금을 가져오는 게 최선이다. 긴축 중인 연준도 RRP에 몰린 돈이 만기 후 다시 시장에 풀리기 보다는 정부 곳간으로 방향을 튼다면 물가 관리에 도움이 된다.
RRP 금리는 기준금리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연방정부 입장에서는 RRP 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시중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6월 5.3%를 밑돌던 3개월 짜리 단기국채 금리가 이달 5.4% 후반까지 올랐지만 연방정부로서는 시중금리 상승폭을 최소화하며 무려 1조 달러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만기는 RRP가 25일, T-빌은 1~3개월이다. 단기금리는 통화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연준이 당장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가격은 하락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설령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속된 원리금을 돌려받아 가격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주식 보다 단기국채 투자가 인기인 이유다. 사실 연 5%면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역사적으로도 보기 힘든 상당한 이자율이다. 은행 이자율(4%) 보다 높다. 현금화는 더 쉽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기예금 보다 금리가 낮지 않으면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MMF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매력 없어 소외받는 美장기채권…10년물 금리 5% 넘어야 할듯
만기가 10년인 장기국채(T-Note)는 어떨까? 이론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웃돌아야 한다. 장기채권은 만기가 긴 만큼 더 오래 위험을 감수해야하니 많은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 대신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크다. 값이 오르면 대박이지만 반대면 낭패다.
금리가 더 오를 것 같으면 장기국채는 매력이 줄어든다. 연준의 긴축 중단 기대감으로 올 초 장기국채 매수를 한 투자자들이 많았다. 꽤 높은 수익률에다 금리 하락시 시세차익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연준은 이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수급도 꼬이면서 낭패를 봤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체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엄청난 재정이 소요된다. 미국 정부는 단기국채 발행에 이어 올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장기국채를 더 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단기채 보다 위험은 큰데 수익률이 낮은 장기채가 인기가 높을 리 없다. 이자율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단기금리는 회사채에 장기금리는 모기지(mortgage)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민간은 물론 정부 부담도 커진다. 하지만 중기 물가상승률 전망이 연준의 목표인 2%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상태면 상당기간 현재 수준 이상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
금주 잭슨홀 미팅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를 보면 여전히 고용과 소비가 견조하다. 지난 해 이 행사에서 “물가를 잡는데는 고통이 수반된다”고 발언하며 긴축의 강도를 더 높였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와 높은 단기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압력이 되고 있다. 10년 국채 수익률이 5%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이미 나왔다. 상황이 이러니 값이 더 떨어질 장기채가 인기 있을 리 없다.
미국 장기국채는 전세계 중앙은행이 달러를 보유하는 대표적인 형태다. 달러가 강세일 때 미국 장기국채를 사면 환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세계 1,2위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과 일본이 순매도를 보이는 이유다. 심지어 중국은 경제가 어렵고 일본은 제로금리를 포기하면서 해외투자 여력이 줄었다.
▶美금리 환율로 글로벌 경제 영향…원화 널뛰기 불가피
달러가 기축통화인 까닭에 미국의 금리는 전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매개는 환율이다. 환율은 미국에 대한 그 나라 경제의 상대 체력을 나타낸다. 달러가 강세면 다른 통화는 상대적 약세다.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물가를 높이고 이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자극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다른 나라 금리도 함께 움직이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최근 잇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국내 시장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대출규제를 완화한데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유가 상승 등으로 환율이 크게 오른 결과다.
특히 원화는 다른 나라에 통화에 비해 변동성이 유독 크다. 은행 간 거래에서 원화가치가 결정되는 역내(on-shore) 형태로만 외환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4시간 거래가 불가능해 외국인 입장에서 환 위험 관리가 불편하다. 우리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는 일종의 ‘정신적 외상(truma)’을 겪었다. 외환관리 잘 못하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공포다. 잘해볼 노력이라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왑(swap) 계약을 맺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원화의 높은 변동성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단기채·美빅테크 투자 유망…해외투자시 환위험 관리 필요
미국 장기금리가 계속 오르고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 어떤 투자전략이 필요할까? 투자로 수익을 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현금흐름과 시세차익이다.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한국 4%대, 미국 5%대에 달하는 단기국채의 매력이 가장 높다. 입출금도 쉽고 이동도 자유롭다.
시세차익은 주식과 장기채권에서 노릴 수 있다. 주가는 이익과 유동성의 함수다. 이익 증가세가 시원치 않고 고금리로 시중 자금이 채권에 쏠린 상황에서는 많이 오를 가능성이 낮다. 장기채는 수익률이 정점에 가까울 때 사야 높은 이자수익과 함께 가격상승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만 미래 유망 신기술에 탄탄한 실적 성장세까지 이어가는 주식은 주목해야 한다. 미국 빅테크가 대표적이다. 단기채권에 자금이 쏠리는 와중에도 이들 기업에는 방향성(speculative)에 베팅하는 콜옵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고금리 부담으로 증시가 주춤할 때 분할 매수해둘 만하다.
단 미국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때는 환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이자수익을 얻고 시세차익을 거둬도 투자시점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면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환 손실을 입게 된다. 달러 강세 때 수익을 내는 파생상품이나 ETF를 활용한 위험관리(hedge)가 유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