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미지 실추 말라”…‘학폭’에 서울과고 떠난 10살 영재가 받은 이메일
IQ 204의 '천재 소년' 백강현(10)군이 올해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다. 백군 측은 그 배경에 학폭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강현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올해 만 10살의 나이로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던 '영재발굴단' 출신 백강현군(10)이 입학 한 학기 만에 학교를 자퇴했다. 백군 측은 자퇴 배경에 학교폭력이 있었다면서, 선배 학부모로부터 받은 '협박 메일'도 공개했다.

백군 아버지는 20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강현이는 심각한 학교 폭력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며 "경찰 고발 직전까지 갔고, 학폭위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강현이 문제가 이슈화 될 경우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저희가 양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부부는 학교 측이 조치를 취해 줄 것으로 믿고 경찰 고발과 학폭위 소집을 해제했지만, 강현이가 가장 두려워한 학폭의 근본 원인에 대해 학교 측의 어떠한 배려나 지원도 없었다"면서 "믿었던 선생님들이 원망스러워 자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군 아버지의 이같은 작심 발언은 백군이 지난 18일 자퇴 소식을 전한 이후 학부모로부터 "학교와 학생들 이미지를 실추하지 말라"는 이메일을 받게 되면서 나왔다.

“학교 이미지 실추 말라”…‘학폭’에 서울과고 떠난 10살 영재가 받은 이메일
서울과학고 한 학부모가 백강현 군 부모에게 보낸 이메일 일부. [백강현 유튜브 캡처]

백군 아버지가 공개한 이메일에서 해당 학부모는 "초등생이 서울과학고 합격했다고 해서 천재인가보네 하고 넘어갔는데, 걔가 중간고사에서 수학 1문제밖에 못 풀었대서 학부모들이 들썩했었다. '곧 자퇴하겠구나' '학교에서 시험도 안 보고 뽑더니 학교가 잘못했네' 모두 그런 반응이었다"며 "그런데 유튜브에서 '문제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 자퇴했다'고 하니, 솔직히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했다고는 말 못해도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고 백씨 부모를 다그쳤다.

이어 "사회에서도 (강현이)엄마도 강(현이를)천재라고 생각하는 듯 한데 우리 아이도 17개월 때 말도 못하면서 알파벳 대소문자 다 알았고, 4세 때 사칙연산 스스로 다 할 줄 알았다. 영재원 검사에선 IQ 150 나왔지만 천재라고 생각 안 했다"며 "방송 보면 강현이 같은 케이스는 서울 영재고 전체 학생들 전부 그 정도는 됐을 것"이라고 백군을 과소평가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은 강현이 케이스 보고 '우리도 힘든데 초등학생이 중간고사 보고 당연히 자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계속 이슈 되면 사실 기사 내보낼 테니 학교 관련 이미지를 실추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학교 이미지 실추 말라”…‘학폭’에 서울과고 떠난 10살 영재가 받은 이메일
서울과학고 학부모의 이메일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백강현군 부모의 답장 일부. [백강현 유튜브 캡처]

이에 백군 측은 답장을 통해 "강현인 중간고사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다. 일부 과목은 형들만큼 잘 봤다. 기말고사 때는 물리 한 과목만 제외하고 엄청난 성적 향상을 보여 일부 선생님께서'기적'이라고까지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퇴 이유는 학교 폭력에 있었다면서 "그동안 몇몇 선배 엄마들의 악플과 DM(다이렉트 메시지)에 시달려 왔다"며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아이가 망가졌으니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호소했다.

앞서 백군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지난 18일 채널에 올린 '백강현, 서울과고 자퇴' 영상 때문에 서울과고 선배맘으로부터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메일 원본을 공개하고 자퇴 배경이 된 학폭에 대해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댓글에서 "어린 강현이에게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다"며 "'너가 여기 서울과학고에 있는 것은 전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팀 과제할 때 강현이가 같은 조에 속해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면박을 주고 아무 역할도 주지않고 유령 취급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강현이 보라고 버젓이 '아무 것도 못하는 X신, XX 라고 욕하며 놀리기', '하루 종일 강현이 한테 말 걸지 않기' 등 강현이는 지난 몇개월 동안 지옥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구체적인 피혜 사례도 언급했다.

“학교 이미지 실추 말라”…‘학폭’에 서울과고 떠난 10살 영재가 받은 이메일
[백강현 인스타그램 캡처]

백군은 2011년 11월생으로 올해 만 10살이다. 2016년 생후 41개월에 SBS '영재발굴단' 등에 출연하며 '천재 소년'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측정한 백군의 지능지수는 웩슬러 기준 IQ 164, 멘사 기준 IQ 204였다. 백군은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해 이듬해 5학년으로 월반했고, 지난해 4월 중학교에 입학했다가 올해 서울과학고로 진학했다.

백군은 지난 18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직접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백군은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 공식을 암기했다. 그러다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가는 저를 보게 된다. 갑자기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작곡도 하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어졌다. 저는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자퇴 배경을 밝혔다.

다만 영상에서 그는 같은 반 학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무거운 가방을 들어준 점, 음료수를 사주며 친동생처럼 대해준 점, 말을 걸어준 점 등에 대해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학폭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학교 이미지 실추 말라”…‘학폭’에 서울과고 떠난 10살 영재가 받은 이메일
2015년 백강현 군이 '수학 신동'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모습. [백강현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