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JYP Ent.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YG), 에스엠(SM)과 하이브 등 이른바 ‘엔터 4대장’이 엇갈린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JYP는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치솟았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고, 와이지는 영업이익이 200% 이상 늘었지만 증권가는 블랙핑크만 주시하고 있다. 에스엠은 영업이익률이 JYP의 절반에 그쳤지만 목표가 상향이 이어졌고, 하이브는 반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지만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체감하고 있다.
JYP, 혼자 기대치 밑돌았지만 “한번은 봐드릴게”
JYP는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24% 늘어난 1517억원, 영업이익이 88% 증가한 45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예상치(컨센서스, 영업이익 490억원)는 밑돌았다. 콘텐츠 제작 비용이 226.3%나 늘었고 상여금도 128%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다만 JYP 실적은 전례를 볼 때 반기·연간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이었던 만큼 하반기 이후 ‘대세상승’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정산 받는 해외 매출은 예상치 못하게 이연되는 경우가 있고, 콘텐츠 제작비도 분기 변동성을 띠기 때문에 이번 분기 이익률 하락이 지속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도 “과거 매출 대비 콘텐츠 제작비 추이를 보면 수익-비용 미스매칭에 따라 분기별로는 변동성이 존재했으나 연간으로 보면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됐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후 실망감과 함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편입이 역효과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급락했지만, 조정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영업이익률은 30.1%를 기록해 여전히 국내 주요 기획사 중 가장 높으며, 스트레이키즈·트와이스·엔믹스·ITZY· NiziU 등은 늘어난 판매량과 규모가 커진 공연으로 팬덤 확대를 입증하고 있고 미국 걸그룹 등 국내외 4개 그룹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조정 시,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단언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급격히 올라간데 따른 피로감으로 주가는 일시 부진할 수 있겠으나, (기초체력이) 변한건 없다”고 말했다.
YG, 잘나온 실적만큼 시선은 블랙핑크로
와이지엔터테인먼트 2분기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8.2% 늘어난 1583억원, 영업이익이 209.3% 증가한 28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영업이익 228억원)를 상회했다. 콘서트 매출이 블랙핑크(17회)와 트레저(7회)의 월드투어 실적 반영으로 전년 대비 679% 증가한 312억원에 달했다.
다만 파이프라인이 너무 단조롭다. 대표 보이그룹 빅뱅·아이콘과 재계약에 실패했고 위너는 군입대에 들어가면서, 블랙핑크 재계약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아이돌 라인업은 트레저와 베이비몬스터(미데뷔)밖에 남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도 2분기 실적 자체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지만, 블랙핑크 재계약 불확실성에 따라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미국 공연 이후 해외 스케줄 추가가 없다면 9월 중 재계약 여부에 대한 입장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지수의 서울 추가 공연언급, 제니 미발매 신곡의 미국 작곡가협회 등록 상황에 미뤄볼 때 계약이 만료된 지금도 블랙핑크의 새로운 스케줄에 대한 논의는 지속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블랙핑크 재계약 확인 이후 목표가를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와 달리, 하나증권은 “방법을 바꿔 재계약을 가정한 목표주가를 우선 제시하며, 만약 이슈가 발생하면 빠르게 투자의견을 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데뷔일을 넘긴 상황에서 공시가 부재하기에 (재계약)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의견이지만, 이전 아이콘 재계약 사례를 볼 때 계약 만료 이후 수개월이 지나 발표(당시는 재계약 불발)한 사례도 있어 변수는 남아있다.
에스엠, 카카오와 시너지 기대 ‘상저하고’
에스엠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2398억원, 영업이익이 84% 늘어난 357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 컨센서스(312억원)를 웃돌았다. NCT드림 공연 외에도 아티스트 컴백에 따른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머천다이징(MD) 부문에서 호실적을 냈다. 엔터사 중 유일하게 기대치를 하회했던 1분기를 지나, 엔터사 중 가장 확실한 ‘상저하고’ 종목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반영하듯 보고서를 낸 증권사 10곳 모두 목표가를 상향(단, 한화투자는 ‘홀드’ 의견)했다. 영업이익률이 전분기 9%에서 15%로 높아져 보고서에서도 “에스엠도 이런 수익성을 낼 수 있다!”는 감탄이 이어졌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하반기 활동 스케줄도 빼곡하다. 5개의 멀티 제작 센터 출범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컴백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EXO와 NCT드림의 정규 앨범 발매 성적이 좋았으며 남은 하반기에는 NCT 완전체 정규 앨범, 에스파 영어 디지털싱글 및 미니 앨범, NCT127 정규 앨범, 레드벨벳 정규 앨범 등이 예정돼 있다. 신인도 2팀이 대기 중이다.
현대차증권은 에스엠이 3분기 매출액 2959억원, 영업이익 407억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사업 확장 일환으로 카카오엔터와 북미 통합 법인을 설립, 아티스트 활동을 지원하는 데 따른 것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와 협업 방안은 음반·음원 유통, 팬 플랫폼 경쟁력 제고, 아티스트 미국진출 지원이라는 3가지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며 “유통 부문은 이미 6월부터 에스엠 음반·음원 유통을 카카오엔터가 맡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카카오엔터아메리카와 에스엠 미국 현지법인을 통합하고 향후 미국내 제작센터 설립까지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며 “팬 플랫폼의 경우 경쟁력 제고를 위해 디어유 버블과 멜론 간 시너지를 찾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 선방했지만 주가는 그럭저럭
하이브는 올해 반기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6210억원, 영업이익은 7.9% 감소한 813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영업이익 704억원)를 웃돌았다.
앨범 판매량은 1300만장으로 단일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콘서트와 팬미팅 실적이 외형 성장을 견인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지만, ‘방탄소년단(BTS) 10주년 페스타’(50억원 이상 추정) 등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은 줄었다.
하이브 역시 하반기 뷔, 정국, 세븐틴, TXT 등 기존 라인업 모멘텀이 풍부하며 3분기 미국 걸그룹 공개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빌리프랩 걸그룹 데뷔, 플레디스 보이그룹 데뷔 등 신인 모멘텀도 이어진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눈높이는 한 발 빠르게, 그리고 더 높이 올라가고 있다. 내일의 하이브에게 주어진 숙제는 어제의 하이브를 뛰어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위버스 구독모델 출시가 미뤄진 점은 아쉽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버스 월간 실사용자수(MAU)는 팬덤 확대와 함께 지속 증가하며 지난 7월 기준 1000만명을 달성했다. 오는 9월에는 에스엠 아티스트 13팀이 입점 예정으로, 추가적인 MAU 확보 및 팬클럽·MD 매출액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