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게 맞아?”…확인차 숨진 교사 장례식까지 찾아간 학부모
고(故) 이영승 교사. [MBC 뉴스데스크]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연달아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이영승 교사 장례식에는 일부 학부모가 ‘죽은 게 맞는지 직접 확인하겠다’고 찾아오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MBC에 따르면 초등학교 초임교사였던 이씨는 학부모 항의와 민원에 시달렸다. 그런데 이씨를 힘들게 했던 학부모는 한 명이 아니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사망 직전에도 부재중 전화가 두 통, 숨진 직후에도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장기결석 중인 학생의 어머니 A씨였다.

A씨는 이씨의 회신이 없자 다음 날 학교로 찾아왔다. 동료 교사는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고 말씀 드려도 안 믿으셨다. 굉장히 난폭하셨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이씨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가 유족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A씨는 장례식장을 찾긴 했지만 조문은 하지 않았다.

“죽은게 맞아?”…확인차 숨진 교사 장례식까지 찾아간 학부모
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추모객이 남긴 메시지가 꽃과 함께 붙어 있다. [연합]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유족 측이 자리를 안내하자 A씨는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며 “제가 못 올 데를 왔나봐요. 그렇죠?”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목숨을 끊기 전날까지도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화를 심하게 낸 후에도 교감을 만나고 직접 교실을 찾아가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사건과 관련해 3년이 넘는 기간을 배상 요구에 시달렸다. 해당 학생 측 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을 지급받았으나 교사에 계속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휴직 후 군복무를 하던 선생님에게도 직접 해결하라고 문제를 떠넘겼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영승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