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최근 국내 연구진이 '꿈의 물질'로도 칭해지는 상온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전세계 과학계가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이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달 22일 섭씨 30도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성을 갖는 납 기반 물질을 발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LK-99'로 명명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질이다. 전기저항이 0이라는 건 에너지 소모가 없다는 이야기며, 이는 전류를 무한대로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세계 과학계는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힘써왔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는 양자컴퓨터, 핵융합발전,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등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美연구소, 'LK-99' 가능성 인정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소속 시네드 그리핀 연구원은 고성능 컴퓨터로 LK-99 구조에서 전자의 이동 경로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결과를 지난달 31일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한국 연구진이 구리, 납, 인회석으로 구성된 LK-99가 섭씨 127도에서도 초전도성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아카이브에 공개한 후 처음으로 발표된 검증 결과다.
그리핀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한국 연구진이 22일 아카이브에 공개한 LK-99 구조를 토대로 전자의 이동 경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온에서도 초전도성이 나올 수 있다는 경로를 찾았다고 했다. 다만 그리핀 연구원은 "(LK-99를)대량생산하는 데 있어 적절한 구조를 합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이 시뮬레이션 결과가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이라는 점, 실제 물질을 합성한 게 아니고 이론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이기에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현재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 중국 난징대,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등 기관이 LK-99의 재현 실험을 진행 중이다.
캐나다 전문가 “초전도체, 인류 경제 바꿀수도”
이런 가운데, 캐나다 출신의 핵융합 연구자이자 과학 인플루언서인 앤드루 코트는 LK-99의 검증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가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코트는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LK-99가 실제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점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 엔지니어링 특성에 따라 인류의 경제는 세 갈래로 나뉠 수 있다"며 "초전도체도 두 가지 제한 사항에 따라 성능이 갈릴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자기장을 물질이 견딜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는지 등이다. 두 한계 중 하나를 초과하면 초전도체는 작동을 멈춘다"고 했다.
코트의 첫 번째 시나리오인 낮은 전자기장·낮은 전류의 경우 LK-99의 유용성은 휴대폰, 전자 센서 등으로 제한된다. 예상되는 경제 가치는 약 1조5000억달러(약 1943조원)다. 두 번째 시나리오인 낮은 전자기장·높은 전류의 경우 송전 산업 등 전력 공급의 인프라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다. 예상 경제 효과는 최대 2조달러(약 2591조원)다. 세 번째 시나리오인 높은 전자기장·높은 전류의 경우 LK-99는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코트는 "최대 4조5000억달러(약 5830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코트 또한 "더 검증된 기관의 실험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