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한 6월 이후 2개월 연속 2%대 흐름을 이어간 것이다. 전월과 마찬가지로 석유류값 하락에 힘입었다. 지난달 석유류는 1년 전보다 25.9% 떨어졌는데 1985년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물가지표는 지난해 7월 6.3% 정점을 찍고 천신만고 끝에 2%대로 내려왔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즉 직장인의 점심값, 주부의 장바구니물가, 자영업자의 운영비(전기·가스 및 재룟값)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마치 높은 곳 어딘가에 착 달라붙은 듯 쉽사리 내려오지 않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라 하겠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최고치 6.3%에 더해 2.3%가 더 오른 것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물가가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떨어진 것이고 가파르게 올랐던 물가 부담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아직 4%에 근접(3.9%)해 있다.

더 큰 문제는 밥상물가다. 역대급 폭우에 이은 폭염으로 시금치·상추 등 일부 채소 도매가격이 한 달 만에 2배로 치솟았고 수박·참외 등 과일, 닭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서민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폭염과 휴가철이 지나도 물가 불안 요인은 상존한다. 8∼9월에 잦았던 태풍이 한반도를 덮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고, 이어지는 추석도 걱정이다. 국제 곡물 가격 동향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흑해 곡물수출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거점을 공격하고 나서면서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여기다. 올 10월부터는 리터당 원유(原乳) 가격이 3000원으로 인상돼 우유 제품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도 우려된다. 하반기에는 버스와 지하철요금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하고 있다. 곳곳이 물가 지뢰밭이다.

한국 경제가 순항하려면 2∼3%대 GDP 성장, 물가상승률 2%, 무역수지 흑자 등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이 가운데 물가상승률 2%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까지 물가상승률이 가팔랐던 점에 기댄 기저효과이고 8월부터는 다시 3%대로 높아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체감도가 높은 밥상물가까지 더해지면 소비심리 급속 냉각으로 경기반등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 정부가 급한 대로 급상승한 채소류를 할인 지원 품목으로 선정하고 닭고기는 수입을 늘려 가격 안정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비상대책은 물론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기후위기 일상화 시대에 맞는 농축산물 공급 안정화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