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 전 10차례 상담…“학부모 전화 소름끼쳐”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시민들이 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놓아둔 꽃들이 쌓여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새내기 교사가 지난해부터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지난해 2건, 올해 8건 등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을 신청했다.

A씨는 숨진 이번 달에만 3차례나 상담을 요청했는데, 이 중 2건이 A씨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A씨는 지난 13일 상담을 요청하면서 전날(12일) 발생한 연필 사건을 보고했고, 학교 측은 학생과 학생 학부모의 만남을 주선해 사안을 해결했다. 하지만 A씨는 또 다시 연필 사건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면서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전 10차례 상담…“학부모 전화 소름끼쳐”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 인근 가로등에 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다. 임세준 기자

A씨는 이달 연필 사건 이외에 또 다른 학생 문제로도 괴로워했다. 이번 달 상담 요청에서는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학부모에 대한 고충을 말했다.

A씨는 "학생과 학생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교 측은 A씨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상담에서는 A씨가 또 다른 학생을 언급하면서 "학생이 이제는 학급에서 '금쪽이'가 됐고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 학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금쪽이'는 TV 육아 상담 프로그램에서 따온 표현으로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말한다.

2년차 교사였던 A씨는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숨진 이후 고인이 '연필 사건' 이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퍼졌고, 서울교사노동조합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의 계속된 전화로 고인이 방학 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주 고인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학부모를 불러 조사하고, 서이초 교사 60여명 전원을 상대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탐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