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2차전지 열풍에 에코프로그룹주와 엘앤에프에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올 들어 2배 넘게 불어나 1조원을 넘보고 있다. 지난 4월 주가폭락 사태 이후 한동안 잠잠했지만 최근 2차전지 랠리가 이어지면서 다시 9000억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불어난 신용잔고가 국내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뇌관’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27일 헤럴드경제가 코스콤을 통해 집계한 결과, 에코프로그룹주(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와 엘앤에프 4곳의 신용융자 잔고는 26일 기준 9130억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대비 113.8% 불어난 규모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신용잔고 추이를 살펴보면, 작년 말 4270억6500만원에서 올 4월 1조160억원을 찍으며 이미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과 6월 잇따른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벌어지면서 잦아든 빚투 분위기에 신용잔고는 5월 8600억원대, 6월 8100억원대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달 들어 에코프로를 필두로 2차전지 랠리가 이어지자 4곳의 신용잔고는 현재 9100억원대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들은 국내 증시 빚투 상위권도 휩쓸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제외한 3곳은 모두 코스닥 신용잔고 5위권에 해당된다. 1위 에코프로비엠(3496억2600만원), 2위 엘앤에프(3465억9700만원), 4위 에코프로(1770억2600만원) 순으로 컸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올 들어 3배 넘게 증가한 398억원대다.
급격하게 불어난 신용잔고는 투심을 불안하게 만드는 뇌관이 됐다. 이달 늘어난 코스닥 신용잔고의 약 40%(38.3%)가 에코프로그룹주와 엘앤에프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잔액이 늘어난 상태에서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되면 주가가 연쇄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날 증시 변동성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2차전지의 빚투를 지목한다. 차익 실현과 반대매매를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공포에 질린 개인들은 서둘러 매물을 내던졌다. 황제주 에코프로가 폭락세로 돌변하자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급락하고 연쇄적으로 엘앤에프, 금양, 나노신소재 등도 크게 떨어졌다. 전날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1위 에코프로비엠(2879억원) 2위 에코프로(1515억원), 6위 엘앤에프(527억원) 순으로 많았다. 총 순매도 규모만 492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주 수급으로 지수를 끌어올린 만큼,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시황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 관련주들이 전반적으로 급등세를 나타냈는데 그 과정에서 신용융자 잔고 비율도 같이 올라왔다”며 “시장 변동성이 반대매매 출회 우려를 자극하면서 손실을 낮추려는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