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 A씨, 대법원에서 원심 최종 확정
뇌출혈 증세 내연 여성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1심 무죄→2심 유죄…“미필적 고의 인정돼”
부작위에 의한 살인 인정, 대법원도 유죄 인정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뇌출혈로 쓰러진 내연 여성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국토연구원 전 부원장 A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전문심리위원의 설명이나 의견에 관한 증거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인과관계, 부작위와 작위의 동가치성, 고의, 보증인적 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8월 세종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뇌출혈 증세로 의식을 잃은 연구원 여성 직원 B씨에 대해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2020년 12월말 기소됐다. 당시 B씨는 오후 11시께 뇌출혈 증세가 발생했는데, A씨가 B씨를 병원 응급실에 데려간 건 그 다음 날 오전 6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B씨는 오전 4시~5시 사이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의식을 잃은 B씨가 A씨 집에서 발견될 경우, 내연관계인 사실이 발각돼 명예와 사회적 지위가 실추되고 가족과의 관계도 파탄날 것을 염려해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 대한 구호조치 의무를 이행했더라면 B씨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119에 신고하고 119구급대의 지시에 따르는 것 등과 같은 구호 의무를 이행해 피해자 사망의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며 “119에 신고하는 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 사망의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A씨 숙소에서 신고를 하면 약 1.4km 떨어진 119 안전센터에서 출동해 5~10분 내 도착할 수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내연관계가 드러나 명예가 실추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구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뒀다”며 “A씨에게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에 대한 확정적인 예견 가능성이나 의도적으로 구조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죽도록 내버려두려는 의사는 없었더라도, 미필적인 살해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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