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화창한 날씨에도 여전히 기분이 다운되고 초조한 마음이 든다면 식단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가의 공통된 추천은 신선한 채소를 식단에 추가하는 일이다.
“채소 즐길수록 기분 향상 가능성 커져”
2016년 중국 칭다오대 의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에 실린 논문을 통해 관련 연구 18개를 종합 분석한 결과 “채소 섭취가 많을수록 우울감의 경험이 낮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2021년 국제학술지 ‘건강심리학’에 발표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팀 논문에서도 평소보다 채소 섭취를 늘린 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즐거운 기분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이 향상된 실험 대상자들이 더욱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된 ‘선순환’의 결과도 주목할 만 하다.
채소는 왜 정신건강에 좋을까…“장 건강이 핵심”
채소 섭취가 정신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장(腸)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장은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은 약 80% 이상이 장에서 만들어지며, 장내 미생물은 우울·불안감을 높이는 장내 염증 억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실제 2015년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지’에 실린 강남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 장내 염증이 만성적으로 지속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안 장애 위험이 1.6배, 우울증 위험이 2배 높았다.
한정아 상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채소에 많은 식이섬유는 다른 영양소와 달리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이섬유가 장내 프로바이오틱스의 증식과 집단화를 유도하면서 장내 균총을 유익균이 우세하도록 조절한다. 또 단쇄지방산(SCFA)을 생성하면서 장 내부점막의 염증을 막고, 장내 산성도(pH)를 낮춰 독소 생성균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덧붙였다.
식이섬유와 함께 채소에 풍부한 식물성 화학물질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도 정신건강을 돕는다. 2014년 호주국립대 연구팀은 ‘미국임상영양저널’에 실린 논문을 통해 “항염증 작용을 하는 파이토케이컬을 충분히 섭취하면 스트레스와 염증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고 정신건강을 돕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