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하락 한 달 만에 다시금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 사정이 돌연 악화되면서다. 심지어 은행채 발행량 증가 등 요인에 따라 자금조달을 위한 은행의 부담이 더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 하락으로 잠시 안도했던 차주들의 어깨가 향후 더 무거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갱신 앞둔 차주들 어떡하나”…코픽스, 두 달 전 수준으로 복귀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6%로 전월(3.44%)과 비교해 0.1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픽스는 지난 3월 소폭 반등(0.03%)한 것을 제외하고는, 올해 줄곧 감소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이달 돌연 상승세를 보이며, 두 달 전 수준(3.56%)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KB국민, 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코픽스가 상승하면 이와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도 동반 상승한다. 이에 일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도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올해 초 최고 8%대를 돌파했던 주요 시중은행들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한 때 하단이 3%대까지 내려온 바 있다. 하지만 이달 초 지속된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함께 다시금 4%대를 회복했다. 여기다 코픽스 상승까지 겹치며, 주담대 변동금리 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코픽스 상승의 주요 원인은 지난달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채권시장 불안정과 함께 치솟았다가, 올해 꾸준히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돌연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미 중앙은행의 긴축적 발언과 함께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량이 증가한 데 따라서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 4월 평균 3%대 초중반까지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3% 중후반 수준으로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AAA,5년물) 금리는 이날 기준 4.185%로 지난 4월 말(3.843%)과 비교해 0.3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 대출의 준거금리로 사용되는 6개월물 은행채 또한 3.627%에서 3.804%로 0.18%포인트 증가했다.
자연스레 은행채를 추종하는 상품의 대출금리도 따라 올랐다. 이달 초(2일)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92~5.79%로 약 보름 전인 5월 12일(3.68~5.48%)과 비교해 상하단 각각 0.31%포인트, 024%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도 5.90%에서 6.15%로 0.25%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6.16%에서 6.40%로 0.24%포인트 상승했다.
긴축 기조와 함께 은행채 발행량↑…“대출금리 상승 이어진다”
은행채 금리 변동 원인은 중앙은행의 매파적 발언과 은행채 발행 증가 등이 꼽힌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최종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발언도 계속되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했던 채권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기준금리(3.5%)를 하회하던 단기물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며, CD금리 등을 활용하는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채 발행량은 꾸준히 증가하며 금리 상승(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9595억원으로, 약 7개월 만에 순발행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하반기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진 후 제한됐던 발행한도 규제가 올 4월부터 만기물량 100%에서 125%로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다 올 7월부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상향되는 등 건전성 확충 요구가 더해지며, 은행채 발행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9월까지 매달 약 20조원의 대규모 만기도래 물량이 대기 중이라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한편 신규취급액을 제외한 코픽스 수준도 일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말 잔액기준 코픽스는 3.76%로 전월(3.73%) 대비 0.03%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3.14%로 전월(3.09%)에 비해 0.05%포인트 올랐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신규 조달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됨에 따라 시장금리 변동이 신속히 반영되지만, 잔액기준 코픽스와 신잔액기준 코픽스는 일반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이 상대적으로 서서히 반영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코픽스 연동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코픽스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신중하게 대출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