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먹는 벌레가 있다고?” 한국 스타트업이 찾아냈다[지구, 뭐래?]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재활용 선별장.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벌레가 플라스틱을 먹어 없앨 수 있다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앨 수 있는 획기적 방법이 있다. 바로 벌레다. 사람이 밥을 먹듯,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들이 있다. 이 벌레들이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장 내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하기 때문.

“플라스틱 먹는 벌레가 있다고?” 한국 스타트업이 찾아냈다[지구, 뭐래?]
뚜껑이 여러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약병 [인터넷 캡처]

이런 일도 가능하다. 칫솔, 샴푸펌프, 약병 뚜껑. 이들의 공통점은 여러 재질 플라스틱이 섞여 있다는 점. 그러다 보니 재활용이 어렵다.

특정한 플라스틱만 분해하는 미생물이 있다면? 이 미생물들을 통해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이 특정 물질만 남는 순도 높은 단일 재질이 된다.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획기적 방도를 찾아낸 건 바로 스타트업 리플라. 편식하는 미생물의 특성을 플라스틱 재활용에 활용했다.

“플라스틱 먹는 벌레가 있다고?” 한국 스타트업이 찾아냈다[지구, 뭐래?]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플라스틱 먹는 미생물. [리플라 제공]

서동은 리플라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척·파쇄·건조한 플라스틱들을 미생물 탱크에 통과시키면 한 가지 재질만 남는다”며 “순도는 현재 95~98% 수준에서 99.6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1~4% 작은 차이지만, 순도를 높일수록 단가는 최대 1.6배까지 높아진다”고 전했다.

서 대표 말대로,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순도다. 여러 재질이 섞이는 순간 재활용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투명 페트병만 분리 배출하고 수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은 결국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이 때 소요되는 비용도 1만t 당 40억원 가량이다.

“플라스틱 먹는 벌레가 있다고?” 한국 스타트업이 찾아냈다[지구, 뭐래?]
미생물로 분해된 플라스틱(왼쪽)과 미생물을 넣지 않은 플라스틱. 주소현 기자

리플라는 우선 폴리프로필렌(PP)을 골라낼 예정이다. 흔히 배달이나 포장 용기로 많이 사용되는 그 재질이다. PP는 페트(PET)와 달리 재활용이 까다로운 데다 최근 사용량 급증해 미생물 재활용에 적합하다는 게 리플라의 설명이다.

농업에 흔히 사용되는 비닐에도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다. 흙이 많이 묻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했던 비닐들을 미생물 탱크에 집어 넣으면 모조리 분해된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뀌는데, 농업에서는 이산화탄소까지도 작물 재배에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먹는 벌레가 있다고?” 한국 스타트업이 찾아냈다[지구, 뭐래?]
스타트업 리플라에서 개발한 플라스틱 재질분석기. 한번에 최대 20kg의 재생 플라스틱의 종류와 재질을 확인할 수 있다. 주소현 기자

리플라는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재질 분석기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에 따라 쓰임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재활용 공장이나 구매처에서 쉽고 빠르게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 대표가 벌레의 미생물을 활용한 플라스틱 재활용을 처음 떠올린 건 고등학생 때 참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국제우주도시설계대회’에서다. 전자 공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재활용 문제 해결과 창업을 염두에 두고 생명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서 대표는 “자원을 버릴 수 없고 모조리 재활용해야 하는 우주와 지구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플라스틱 재활용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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