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더글로리’, ‘일타스캔들’, ‘닥터 차정숙’, ‘나쁜엄마’에 이어 ‘범죄도시3’까지 국내 주요 콘텐스사(社)가 제작한 영화·드라마가 연이어 히트를 치고 있지만, 정작 대박 콘텐츠를 제작한 기업의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시청률, 관객동원수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실적이란 구체적인 성적표로 이어지지 못한 탓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트리중앙·CJ ENM·스튜디오드래곤 주가 연중 20%대 ↓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대표 K-콘텐츠주(株) 중 하나인 콘텐트리중앙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89% 하락한 2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2.17%)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한 것이다. 영화 ‘범죄도시3’ 개봉 전날인 지난달 30일 종가와 비교했을 때 주가는 5.91%나 하락한 것이다.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영화 ‘범죄도시3’가 개봉 1주일 만에 누적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하며 ‘1000만 영화’ 반열을 향해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개봉 7일째에 누적 관객 수 7600만명을 돌파한 영화는 ‘명량(2014년·누적 1761만5919명)’과 ‘부산행(2016년·누적 1156만7815명)’이 있다.
콘텐트리중앙 주가는 연초(1월 2일)와 비교했을 때 20.64%나 떨어졌다. 최근 자회사 SLL이 제작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 ‘나쁜엄마’가 각각 최고 시청률 18.5%, 11.0%를 기록하며 2연속 히트를 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역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K-콘텐츠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드라마 ‘더글로리’와 ‘일타스캔들’ 등이 대박난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에도 주가가 연초 대비 23.99%나 하락했고, 스튜디오드래곤의 모회사 CJ ENM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6.03%나 떨어졌다.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주가도 연중 11.50% 하락했다. 그나마 SLL과 공동 제작한 ‘닥터 차정숙’ 효과 덕분에 첫 방송일 후 첫 거래일(4월 17일) 대비 전날 종가까지 주가가 4.24% 오르며 낙폭을 소폭 만회했다.
콘텐츠 대박 효과, 실적 부진 벽 넘기엔 역부족
제작한 콘텐츠가 순항함에도 불구하고 K-콘텐츠주가 하나 같이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는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콘텐트리중앙과 CJ ENM, NEW는 각각 302억원, 503억원, 9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나홀로 216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보였지만,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4.8%포인트나 감소했다.
2분기 실적 전망까지 불투명한 것도 주가엔 치명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3개월간 공개된 증권사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콘텐트리중앙은 오는 2분기에도 42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CJ ENM은 전 분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88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올릴 전망이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는 무려 84.17%나 줄어든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194억원)의 영업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15% 감소될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전망이다.
원인으로는 내부 계열사(캡티브) 물량 감소가 꼽힌다. 최대 납품처인 tvN, OCN, JTBC 등 채널은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급감하자 드라마 편성을 줄여 비용을 감축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JTBC는 드라마를 1주일에 6편이 아닌 2~4편으로 조절하고 있는데, tvN도 수목 드라마 편성을 예능으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JTBC가 수목 드라마 편성을 유연하게 운영하면서 해당 시간에 예정돼 있던 기존 작품 편성이 일부 내년으로 미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최근 티비엔(tvN)의 수목 드라마 편성 축소로 같은 CJ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작품 수 성장 둔화 우려를 겪는 것과 같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축소한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에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예년과 크게 차이가 없는 금액”이라며 “드라마 제작비가 폭증하는 가운데 비슷한 투자 금액을 투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투자를 줄이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자동차·조선·바이오 등 코스피 주요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도 콘텐츠 관련주엔 악재다.
증권가에선 하반기 기대작 공개를 앞두고 있는 K-콘텐츠사가 수익성 제고를 위한 자구책에 나선 것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콘텐트리중앙의 경우 콘텐츠 사업에 있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TV채널과 OTT에 동시 방영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선판매 후편성’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