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여자 때문에 미쳤다” “장부 못 보게”…친형, 세무사 회유 정황
방송인 박수홍이 지난 3월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형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방송인 박수홍(53)의 출연료 등 62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친형 박모 씨가 "동생이 여자친구에 미쳤다"며 세무사를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7일 스타뉴스에 따르면 전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박씨 부부의 횡령 혐의 재판에 세무사 A씨와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박수홍 1인 기획사 '라엘'과 '메디아붐'의 기장업무를 10년 넘게 대리해 온 세무법인 대표이고, B씨는 이 법인 소속 세무사다.

이들은 이날 박씨가 박수홍에게 회계자료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A씨는 "2020년 초 박씨가 전화해 '박수홍이 여자친구에 미쳤다. 회계자료를 달라고 해도 절대 보여주면 안 된다'고 했다"며 "그동안 박씨와만 만났고 워낙 선한 분이라 1%도 의심을 안 했다. 정말 '박수홍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후 3차례 미팅을 했는데 박씨가 얘기한 것과 어긋나는 게 많아져 이상했다"고 밝혔다.

B씨도 "박씨가 박수홍이 장부를 열람하지 못하게 하고, 알고 있는 내용도 언급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며 박씨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메시지에는 "저하고 배우자 내역은 수홍이가 모르니 절대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저한테 연락 왔었다고도 하지 말아 주시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박씨가 가로챈 것으로 의심되는 금액에 대해 소명하라는 내용증명을 7차례나 보냈지만, 박씨 측에서 아무 답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선 박씨가 2015년 서울 강서구에 있는 상가 8채를 매입하려다 중도금이 부족해 법인 자금으로 충당하려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박씨가 유령 직원을 만들어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리면서 박수홍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얘기도 나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박씨가 '동생이 거의 미친 수준으로 세금 내는 걸 싫어한다', '더러운 건 내 손으로 다 하겠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다 책임지겠다'며 각서까지 썼다"고 주장했다.

박씨 부부는 지난 2011년부터 10년 동안 연예기획사 2곳을 운영하면서 62억원에 달하는 박수홍의 출연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친형 박씨가 부동산 매입 목적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등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 부부는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법인카드 사용, 허위 직원 급여 지급 등 횡령 등 대부분의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