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희 아름다운주택포럼 대표 인터뷰

“혁신도시 20년 됐는데 지역균형발전은 퇴보”

“집값에 움직이는 주택정책은 해결책 안돼”

“같은 지역인데 상승지, 하락지 혼재하는 시대”

“주택도 다품종 소량 생산, 인프라 먼저 개발해야”

15일 ‘헤럴드 금융 부동산포럼2023’서 토론회 좌장 맡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주택 문제는 주택 공급만으로 해결되지 않아요. 지역균형 발전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하느냐, 지방에도 사람들이 살고 싶은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느냐 하는 게 관건이에요.”

한만희 아름다운주택포럼 공동상임대표(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주택경기 사이클(경기순환주기)에 따라 뜨겁게 혹은 차갑게 변화하는 시장에만 몰두해 근본 치유책을 소홀히 했다고 강조했다.

“주택정책 입안자들의 태도를 보면 과거와 달라진 게 없어요. 여전히 ‘어느 지역에 집값이 많이 오르니까 주변에 집을 더 짓자’ 수준의 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주택정책은 주택공급 정책 뿐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 정책을 포괄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국민임대주택건설지원단장, 건설경제심의관, 혁신정책국 국장 등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 들어 주택토지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1차관을 역임했다. 정부의 주택 정책을 책임졌던 정통 관료 출신답게 그는 정부에 대해 뼈아픈 비판을 이어갔다.

영원한 난제 주택 정책…지방을 살려야 풀린다 [부동산360]
한만희 한만희 아름다운주택포럼 대표(전 국토부 1차관)

한 대표가 생각하는 주택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지역균형 발전’이다.

“서울 집중을 해결하려면 서울에 오지 않고도 일자리와 교육, 삶의 질이 충분히 보장되는 지역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택 수요가 그리로 조금씩 이동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성공모델이 없어요. 참여정부 때 시작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는 지금 어떻게 됐죠? 20년이나 지났는데 거의 정체됐습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벌써 20년이나 지난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이 더 심화한 건 결국 정부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시만 예를 들까요! 대한민국 중부 지역 아래 거주하는 영남, 호남 국민들이 서울까지 와야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세종시에서도 다 가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애초에 목표였습니다. 20년이 지났는데 어떤가요? 그게 가능한가요? 기본조차 안된 부분이 많습니다. 교통 이야기 하나만 예를 들죠. 호남 사람들이 열차로 세종시 정부청사에 가려면 KTX 오송역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밑으로 내려가야 해요. 행정중심 복합도시라는데, 한번에 못가요.”

한 대표는 속도감 있는 지역 기반시설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선거철 이슈가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도시 등 지역 거점 개발을 위한 차원에서 미리미리 혜택을 줘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중앙정부 대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지역균형 발전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중장기 차원의 지역 거점 개발 정책이 필요합니다. 국회 차원에서도 여야가 없어야 합니다. 아울러 외국에서 기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경쟁하듯, 우리도 지자체간 경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한 대표는 인구 감소시대 주택시장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전국 집값이 동시에 오르는 시대는 끝이 나고, 강세인 지역과 약세인 지역이 공존하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막연히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거나, 반대로 ‘대폭락이 올 것’이라는 식으로 주택시장을 봐선 안됩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오를 지역과 내릴 지역이 갈릴 겁니다. 세계 주요 도시를 보세요. 아무리 침체가 와도 뉴욕은 계속 올랐어요. 일본도 장기간 떨어졌다고 하지만 도쿄 중심부는 여전히 우리나라 서울보다 비싸요.”

그는 중장기적으로 아무리 주택수요가 줄어도 부동산을 자산축적 수단으로 여기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요가 있는 서울 강남지역 등의 집값은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3기신도시 등 주택수요가 줄 수밖에 없는 지역은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젠 다양한 연령대와 세대에 따라 주택 유형도 다양화해야 합니다. 과거처럼 교통 여건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똑같은 집을 대량으로 지어 놓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한 대표의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15일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헤럴드 금융 부동산포럼 2023-질서의 재편, 새로운 길’에서 들을 수 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토론회 좌장을 맡아 여러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