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하고 기억력 나쁜 노력형 천재?!…우리가 몰랐던 베르베르의 삶 [북적book적]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프랑스의 천재 작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타고난 이야기꾼, 세 아이의 행복한 아빠….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수식하는 표현은 이처럼 화려하고 눈부시다. 하지만 그가 학창시절 나쁜 암기력 때문에 성적이 안좋았고, 강직 척추염(AS)으로 오랜 세월 고생했으며, 매일 오전 네 시간씩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노력형 천재’라는 점은 다소 생경한 사실이다.

그의 신간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는 그가 처음으로 쓴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5살 때부터 지금까지 글쓰기 자체가 삶이 되어버린,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제대로 몰랐던 인간 베르베르의 면모를 조목조목 담고 있다.

몸이 불편하고 기억력 나쁜 노력형 천재?!…우리가 몰랐던 베르베르의 삶 [북적book적]

베르베르는 22장의 타로 카드를 한 장씩 소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성장 서사의 시작과 끝을 모두 뜻하는, ‘바보’카드로 시작하는 첫 장은 14살 때 친구들과 여름캠프에 갔다가 죽을 뻔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가 왜 삶의 매 순간을 값어치 있게 쓰기로 결심했는지 알려준다. 여기에 그가 이야기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나쁜 암기력 때문에 성적이 나빴고, 또래 서열을 결정하는 축구도 잘 못하는 등 내세울 게 없어 고육지책으로 택한 것이라 말한다.

베르베르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고등학교 과학 계열 진학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어린 베르베르는 형편없는 수학 실력 때문에 과학계열 고교 진학을 못해 좌절했지만, 그때 읽었던 프레데리크 다르의 '베뤼리에의 매너론'으로 위로를 받으며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가’라는 직업이 얼마나 매력이 있는 지 비로소 느끼게 된다.

그에게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개미’는 8살 때 쓴 8장짜리 습작에서부터 시작했다. ‘개미’가 지난 1991년에 출간된 점을 고려하면 장장 20년 이상의 담금질의 결과로 작품이 나온 셈이다. ‘개미’라는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사실 그가 7년 간 과학 기자로 일했던 주간지 ‘누벨 옵스’에서 정기자가 되지 못하고 해고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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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천재로 알려진 베르베르이지만, 사실 그의 통찰력 있는 문장 실력은 그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는 매년 10월 새 책을 발표하기 위해 30년 간 아침 8시부터 12시30분까지 4시간 이상 책상 앞에 앉아 무조건 5장 이상의 글을 썼다. 또 오후 3~6시에는 집필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고, 6~7시엔 단편 소설을 썼다. 그는 저서에서 “하루에 최소 다섯 장, 그 다섯 걸음이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며 “그렇게 쉬지 않고 계속 쓰다 보면 어느새 절반이 넘게 와 있음을 알게된다”고 말했다.

이미 여러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존재 가치를 증명한 그이지만, 글을 쓸 때마다 혹은 신간을 낼 때마다 늘 자신감은 떨어지고 부담감은 커진다고 고백한다. 그는 “여전히 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서 특히 “새 책을 쓸 때마다 극도의 부담과 위험을 느낀다”고 말한다. 30년간 꾸준히 글을 써오며 대중의 인정을 받은 그이지만, 창작의 고통은 아직도 여전한 셈이다.

하지만 베르베르는 자신의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글쓰기’라는 과업을 마지막까지 성실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타로 카드 ‘세계’로 시작하는 마지막 장에서 그는 “글을 쓸 힘이 있는 한, 내 책을 읽어 줄 독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쓸 생각이다”며 “내 삶의 소설이 결말에 이르러 이 책의 첫 문장처럼 “다 끝났어, 넌 죽은 목숨이야”하고 끝을 알려줄 때까지”라며 결연한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