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한 리튬 광산의 모습 [로이터]
칠레의 한 리튬 광산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 기업들이 신흥국의 리튬 광산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테러 위험이 높은 등 정세가 불안한 국가들에도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면서, 투자 불확실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늘어나는 서방의 견제 속에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신흥국 광산에 지분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이를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리튬은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다 하지만 호주와 캐나다가 안보상 이유를 들어 지난해 자국 광산에 대한 중국 기업의 신규 투자를 제한하고 나서면서 중국은 안정적인 리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호주와 캐나다의 리튬 매장량은 각각 세계 2위, 6위 수준이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2년 새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20개 달하는 리튬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데 45억달러(약 6조원)를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산 개발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중국은 2025년 전 세계 리튬 공급량의 3분의 1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라이스태드의 수잔 저우는 중국의 신흥국 광산 투자 확대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신흥국 천연자원 투자사업이 동반하는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이 지분 투자한 국가에는 말리와 나이지리아 등 테러 위험이 큰 국가가 포함됐다. 리튬을 보유한 그 밖의 신흥국들은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 짐바브웨는 지난해 말 자국 내에서만 리튬 제련을 하도록 제한했고, 멕시코는 올해 2월 리튬 광산을 국유화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칠레는 민간기업이 칠레 국영기업과 합작 형태로만 리튬 채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심지어 리튬 매장량이 풍부한 볼리비아는 지난 2019년 정궈 교체와 함께 중국과 리튬 개발 계약을 파기한 전적이 있고, 같은해에는 국영광산기업 YLB와 독일 업체 간 합의가 불발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이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이차전지 제조사인 중국의 CATL은 올해 1월 YLB와 손잡고 리튬 광산 합작 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디에고 폰 바카노 텍사스 A&M대학교 교수는 외국 회사에 리튬 채굴을 허가하는 법령이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합작사가 채굴을 시작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 리튬 가격이 비쌀 때 광산에 대거 투자한 중국 기업들이 재무위험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앞서 2000년대 중반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을 때도 중국 기업들이 철광석,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장기계약으로 사들였다가 이후 원자재 가격이 곤두박질칠 치자 이들 자산을 헐값에 처분한 바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가브리엘 와일도는 “자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2000년대와) 유사한 사고방식이 정책 논의에 만연한데 이는 또 다른 의심스러운 투자의 잠재적인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