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루이뷔통 매장 앞 모습 [로이터]
프랑스 파리의 루이뷔통 매장 앞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승승장구하던 주요 명품기업들이 미국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일 것이란 우려에 휘청이고 있다. 그간 중국과 중동 등 다른 지역 큰손들에게 환호했지만 결국 관건은 미국 부자들이란 것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유럽증시에서 에르메스 주가가 5.5%하락한 것을 비롯해 루이뷔통(LVMH), 구찌(케링) 등 명품 생산업체 주가는 2~4% 떨어졌다. 최근 1년 사이 하루 최대 낙폭이다.

에르메스 주가는 연초 이후 34% 가량 급등했으며 루이뷔통도 약 25% 올랐다. MSCI 유럽 의류 및 명품 지수는 연초 이후 27% 올랐다. 그 덕에 LVMH는 시가총액이 유럽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5000억달러(약 670조원)를 넘어섰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세계 최대 갑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듯 명품 생산업체 주가는 내내 강세를 이어왔지만 이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르노 LVMH 회장의 자산은 하루 만에 112억달러(약 14조7000억원) 사라졌다.

이유는 미국 명품 소비가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에 회의적인 견해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연 명품산업 관련 컨퍼런스에서 에두아르드 어빈 연구원은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더 많이 가라앉았다”며 “이는 과시적 소비자가 가진 약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미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매트 갤런드 연구원은 “명품 산업은 역사적으로 시장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받아왔다”면서도 “그간 중국 수요 반등이 명품업체들 매출 호조의 핵심 요인이었지만 미국의 성장 둔화가 우려되면서 투자자들의 선별적 접근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와 그에 따른 즉각적인 시장의 반응은 결국 명품 산업의 ‘큰 손’은 미국이란 것을 상기시킨다.

LVMH는 지난해 매출의 30%를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일본 제외) 올렸지만, 미국 한 곳에서만 이에 버금가는 27%를 기록했다.

사실 명품업체들은 진작부터 미국 매출 하락을 우려해왔다. 까르띠에 등을 거느린 리치몬트그룹의 요한 루퍼트 회장은 미국 시장이 지난해 11월 이후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버버리그룹은 최근 분기 미국 매출이 7% 감소했다고 밝혔다. 조너선 아케로이드 버버리 최고경영자(CEO)는 “슈퍼리치들은 계속해서 돈을 쓰고 있지만 젊은부자들은 구매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붐과 함께 부유한 젊은층이 명품 시장의 성장 동력이었단 점에서 아케로이드 CEO의 지적은 명품 산업 전반에 그늘이 드리웠음을 말해준다.

블룸버그통신의 안드레아 펠스테드 칼럼니스트는 LVMH 측이 명품 산업이 미국과 중국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이 LVMH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