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둘리야 네가 이제 마흔이라니, 철 좀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철들지 말 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건강해라. 그리고 오래오래 모두의 기억 속에 살아가 주렴” - 고길동이 둘리에게 쓴 편지
추억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40주년을 맞아 24일 '아기공룡둘리: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이 재개봉된 가운데, 만화 속 악역을 맡은 고길동의 편지가 공개됐다.
고길동은 만화 속에서 둘리, 도우너, 또치 등을 구박한 '최악의 빌런'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당시 만화를 보며 자란 이들이 성인이 된 뒤에는 자녀 둘에 조카 희동이까지 맡아 키우다, 말썽만 피우고 다니는 '둘리 일당'까지 거둬준 '진정한 성인(聖人)'이자 '대인배'로 재평가되고 있다. 설정 상 고길동은 당시 30대 초반의 가장이었고, 이제는 일흔을 넘긴 할아버지다.
영화 배급사 워터홀컴퍼니는 23일 인스타그램에 "고길동 아저씨가 지금의 나에게, 당신에게, 세상의 모든 작은 둘리라는 이름의 우리에게 이런 편지를 써준다면 잠시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글과 함께 고길동의 편지를 공개했다.
고길동은 "안녕하세요, 고길동입니다. 오랜만이란 말조차 무색할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 어린이들, 모두 그동안 잘 있으셨는지"라는 안부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아기공룡 둘리에서 고길동을 연기한 지 4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오랜 시간을 일일이 세지는 않았으나 시간은 공평하게 제 어깨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들 제 역할을 이해한다면서요? 제가 악역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이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껄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고길동은 "2023년, 한국에선 많은 분들이 90년대의 향수와 문화를 추억한다고 들었습니다"라며 "지난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했다.
고길동은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한 마디 남긴다. ‘한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이라며 편지를 마쳤다.
온라인 상에서는 둘리를 추억하는 팬들이 '어른이 되고 보니 둘리가 빌런이고 고길동이 천사다', '어렸을 때 욕해서 미안합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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