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석유화학 사업에서 화학사들보다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다. 일부 화학사들이 적자에 머무른 반면, 정유사들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정유사들의 핵심 제품인 파라자일렌(PX) 마진은 상승한 반면 화학사들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 마진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 합계는 2085억원으로 전년(-485억원)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 사업에서 영업이익 108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312억원) 동기 대비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348억원), S-OIL(293억원)은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전년(366억원)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355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사들과 달리 화학사들은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50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26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에 머물렀다.
정유사, 화학사들이 정반대의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주력 제품의 마진이 자리 잡고 있다. 정유사의 핵심 제품이자 합성섬유의 중간원료로 사용되는 PX 스프레드(제품에서 원재료 제외한 가격)는 한동안 t당 200달러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중순부터 300달러대에 진입했다. 올해 1분기 PX 스프레드는 t당 347달러로 작년(215달러) 같은 기간보다 61.4% 상승했다. 주요 시장인 인도에서 수요 증가, 정유사들의 제한적인 공급 조치 등이 PX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PX 수요가 회복됐지만 현재 PX 생산라인 가동률을 지난해 말 대비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PX와 달리 화학사들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 마진은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197달러로 전년(279달러) 동기 대비 29.4% 감소했다. 에틸렌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이 길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화학사들도 공장 가동률을 낮췄지만, 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가동률 조정은 역부족이었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악화로 본업인 정유 사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석유화학 사업 선전으로 실적 하락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 정유 사업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748억원으로 작년(1조6491억원) 같은 기간보다 83.3% 감소했다. GS칼텍스(-86.2%)와 S-OIL(-75.8%), HD현대오일뱅크(-70.9%)도 영업이익이 70% 이상 줄었다. 지난해가 유례없는 호황인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실적 하락은 정유사들로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에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사업 매출 증대에 주력하고 있다. 친환경 트렌드로 정유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이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23.5%), HD현대오일뱅크(24.3%)의 석유화학 사업 매출 비중은 20%를 넘었다. GS칼텍스, S-OIL은 각각 15%, 12%를 기록했다. 특히 S-OIL은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의 2배인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