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중국 음식을 먹는다고 할 때, 영국인들은 “Getting a Chinese”라는 표현을 쓴다. 비단 중국 음식이 아니더라도 테이크아웃 음식을 포장한다고 할 때도 이 표현을 쓴다.
한국계 미국인 틱톡 인플루언서인 수기아는 어째서 중국 ‘음식’인데 “Chinese food” 또는 “Chinese takeaway”라고 부르지 않는지 의아했다. 자기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엄밀히 말하면 Chinese(차이니즈)의 뜻은 ‘중국인’이인데 음식을 인종으로 통칭하는 것은 “물론 인종차별이 아니겠지만 다소 인종차별적으로 들린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기아는 중국 음식이 테이크아웃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늘 궁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에서 차이니즈 테이크아웃 식당에 가보면, 카레, 치킨볼, 감자칩 등 을 파는데 이게 어째서 중국 음식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카레는 인도 음식, 감자칩은 영국 음식으로 유명하지 않던가.
아무튼, 수기아는 이런 궁금증을 담은 영상을 찍어 틱톡에 ‘투척’했고, 예상했던대로 ‘논란’이 촉발됐다. 인종차별 이슈는 단시간 내에 뜨겁게 달아오르는 주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7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틱톡커 ‘수기아’가 지난 1일에 올린 이 영상이 무려 2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즉석 해명이 이뤄졌다. 물론, 해명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아주 세심하게 판별돼 주어졌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틱톡커 올리비아 스미스가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자친구 데릭 궈와 영상을 찍었다. 이 정도 자격 조합이 되어야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까방권’(까임방지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두 사람은 먼저 테이크아웃 음식을 ‘차이니즈’(중국인)라고 부르는 것이 불쾌감을 준다는 말에 해명을 시작했다.
데릭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영국인이 게으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올리비아도 “차이니즈 푸드의 줄임말로, 푸드를 떼어버린 것”이라며 “이건 멕시코 푸드, 그리스 푸드, 이탈리아 푸드에도 100%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또, 영국의 중국식 테이크아웃은 ‘진짜 중국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국음식도 판매하지만 그냥 편하게 포장할 수 있는 음식을 다같이 판매하기에 이렇게 부른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테이크아웃 메뉴가 다양화됐고, 이런 과정을 거쳐 ‘차이니즈=포장음식’ 등식이 성립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비아는 “내가 10살 때도 이런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와 먹었고, 성인이 된 25살에도 숙취가 있는 날 들러서 음식을 포장한다”며 “뭐랄까 일종의 소울푸드를 파는 음식점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음식 관련한 영상을 만드는 틱톡커 로렌 그리피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로렌은 “영국은 게으른 나라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food’와 ‘takeaway’이라는 단어를 끝에서 떼어내어 모든 요리에 사용한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불쾌감을 줄 의도는 전혀 없으며,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정말 미안하지만…이건 그냥 영국식 속어(slang)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 수기아가 마지막으로 등판해 궁금증이 해결됐다며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녀도 꽤나 악플에 시달렸다고 한다. 자신은 영국인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른 적이 없으며, 질문을 올리면서도 혐오를 퍼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