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준다고 했더니” 역대급 ‘대이동’ 벌어졌다
KT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의 광고. [유튜브 'KT엠모바일' 캡처]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0원 요금제의 위력?”

올 4월 알뜰폰(MVNO) 통신사로 옮겨간 ‘번호이동자’ 숫자가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 간의 ‘가입자 빼오기’가 과거 흔한 풍경이었다면 이제는 알뜰폰이 통신시장 전반의 가입자를 빠르게 빨아들이는 모습이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부터 이동통신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통신망 투자 및 유지비가 들지 않아 이동통신 3사보다 요금이 저렴한 것이 강점이다.

특히 올 4월 들어 알뜰폰 사업자들은 앞다퉈 ‘공짜 요금제’까지 내놓으며 파격적인 프로모션 경쟁을 벌였다. 이 점이 고물가 시대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통신비 다이어터’들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결과 중장년층을 위한 ‘효도폰’ 이미지를 벗고 최근 2030 세대까지 사로잡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4월 한 달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24만7428명에 달했다.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 집계가 시작된 2012년 4월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는 물론 기존 알뜰폰 업체에서 다른 알뜰폰 업체로 환승한 가입자까지 포함한 결과다.

“공짜로 준다고 했더니” 역대급 ‘대이동’ 벌어졌다
주요 알뜰폰 업체들이 내세운 월 0원 요금제. [모요 홈페이지]

번호이동은 기존에 쓰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통신사만 바꾸는 것을 말한다. 작년에는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자가 월 평균 15만~17만명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올 2월부터 3개월 연속 20만명을 넘기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알뜰폰 시장 내에서 더 좋은 혜택을 주는 업체를 찾아 주기적으로 갈아타는 ‘알뜰폰 메뚜기족’이 늘어나고 있다. 4월에도 알뜰폰 업계 내에서 이동한 경우가 15만633명에 달해 전체 알뜰폰 번호이동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약정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알뜰폰 통신사 요금제를 옮겨가며 사용하는 가입자들이 많다”며 “더 좋은 조건의 요금제를 찾거나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쉽게 갈아탄다”고 말했다.

특히 4월에는 알뜰폰 업체들이 저마다 ‘7개월간 월 요금 0원’, ‘7개월간 월 데이터 50GB 무료 제공’ 프로모션을 내걸고 경쟁을 펼쳤다. 알뜰폰 사업자끼리도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타사 가입자 빼오기에 나선 것이다.

“공짜로 준다고 했더니” 역대급 ‘대이동’ 벌어졌다
알뜰폰 업체 이야기모바일의 프로모션. [이야기모바일 홈페이지]

현재 국내 알뜰폰 시장에는 중소 업체들이 우후죽순 뛰어들면서 사업자가 70여개에 달한다. 저마다 요금제도 다양해 각각의 요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앱까지 덩달아 각광을 받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모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4월에만 1만3200명(안드로이드 기준)을 기록해 서비스 시작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모요 측은 4월 방문자 수가 51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알뜰폰으로의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B국민은행의 KB리브엠이 알뜰폰 사업자로 정식 승인받은 가운데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방침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리브엠 등의 진출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고객을 잡기 위한 출혈 경쟁도 심해져 중소 사업자들의 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규모 사업자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록기준에 맞게 들어와서 영업하는 것을 제한할 생각도 없다”며 “전체 시장 내에서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