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중국 수출 비중 50%→35%
대중국 정유제품 수출액 1위→4위
“미국 등 수출 구조 다변화 주력”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석유화학·정유 제품 수출 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미국향 수출을 늘리는 등 수출 구조 다변화에 힘쓴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 구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러한 영향이 장기화할 지 주목된다.
30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석유화학제품의 대중국 수출액은 42억6000만달러로 전년(57억7500만달러) 동기 대비 약 26% 감소했다.
최대 수출국 자리는 유지했지만,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7%에서 올해 1분기 35%로 줄었다. 불과 5~6년 전에 50% 이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중국 수출 비중이 15%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정유제품 수출에서도 중국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1분기 대중국 정유제품 수출액은 10억4700만달러로 지난해(13억2600만달러)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수출액 국가 순위에서도 한때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분기 기준 4위까지 하락했다.
석유화학·정유 제품의 대중국 수출액이 감소한 이유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중국 경기 반등이 더딘데다 두 업종 주요 제품에 대한 자급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상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다. 경기 회복 지연으로 중국 내 상품 재고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입이 감소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석유화학 시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무역갈등과 같은 악재가 여전히 존재하는 건 불안요소”라고 했다.
또한 중국 의존도를 낮춘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 봉쇄 등 중국발 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이 석유화학·정유 공장을 잇달아 증설해 자급률을 높이면서 한국 제품 수요는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계속된 악재로 국내 업체들은 수출 구조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부진한 사이 다른 나라 수출액은 늘어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석유화학제품 대미국 수출액은 10억5200만달러로 지난해 1분기(10억600만달러)보다 4% 늘었다.
정유제품에서 대미국 수출액 증가폭은 더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대미국 수출액은 12억2400만달러로 전년(11억900만달러)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9.2%에서 10.3%로 커졌다. 국가별 수출액 순위에서는 지난해 6위에서 3위로 부상했다. 과거 중국이 차지했던 1위 자리는 호주가 대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중국에서 제품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10%를 넘었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최근 대폭 줄어들었다. 현재 성장률이 유지된다면 대중국 수출은 대폭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